한국일보

‘스노우 1’

2018-12-20 (목) 12:00:00 C . K.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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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1’

김유경 ‘추억’

밤새, 눈, 새벽엔, 얼음비가 내렸고 아침이 되자
온 도시가 고음의 유약을 바른 듯, 반짝거린다
말끔하게 닦인 빛남, 모든 것이
부드럽게 섞인,
끝없이 흩날리던 눈발로 인해 차창까지 파묻힌 자동차들이
좁은 골목길에 줄을 서있고
건물들은 바람이 불어와 만든 트렁크 같은
외피로 깨어난다
구름 아래로 비추이는 빛, 흐릿한, 보라빛 줄기들
눈보라의 뒤를 지키는 듯 아직 동쪽 하늘에 걸려있고
평평한 델라웨어의 강 언덕 위로 움직이지 않는; 저 뒤로
텅 빈, 개인 하늘
강조하듯, 눈부신 천공 속으로,
한 줄기 연기가 구불거리며 피어오른다
아직, 아무도 없는 거리, 캐롤라인 홀로
문을 닫고 길을 나선다

C . K. Williams ‘스노우 1’
임혜신 옮김

눈보라 그치고 난 아침 길을 나서는 한 여인이 있다. 캐롤라인. 그녀는 누구일까. 누구라도 좋다. 그저 익명의 한 생명으로 해석하기로 하자. 그녀의 이름 속에는 아내도 애인도 있고 이웃집 여자도 있고 상상의 여자도 있고 꽃과 짐승도 있다. 몰아치던 눈보라의 문을 닫고 그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산책? 마켓? 일터? 혹은 누군가를 만나거나 돌보러 가는 걸까? 알 수 없다. 눈부신 설원으로 등장하는 북극의 작은 곰처럼 작은 굴의 입구를 빠져나오는 캐롤라인. 그녀는 이야기이다. 델라웨어 어느 외곽도시, 차고 빛나는 순간 속으로 아직 쓰여지지 않은 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이른 아침이다. 임혜신<시인>

<C . K.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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