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 정점 찍은 지혜

2018-12-19 (수) 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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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아나토미’와 ‘킬링 이브’로 유명한 한인 배우 샌드라 오가 2019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공동 진행한다. 올해 아시안 여성 최초로 프라임타임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할리웃의 새 역사를 썼던 그녀다.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함께 진행할 코미디언 앤디 샘버그는 지난 9월 제70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샌드라 오와 공동 시상자로 호흡을 맞춰 큰 웃음을 주었다.

올해 할리웃 영화계에는 자신만의 캐릭터 창조가 특기인 샌드라 오의 뒤를 이어 한인 여성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 주 배우조합(SAG) 영화상 후보 발표장에 한인 래퍼 출신 배우 아콰피나가 ‘블랙 팬더’의 여주인공 라번 콕스와 나란히 입장했다. 아콰피나는 오션스 일레븐의 여성 버전 ‘오션스 8’에서 씬 스틸러로 확실한 눈 도장을 찍었고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에서 켄 정과 쿵짝이 맞는 앙상블 연기로 폭풍 웃음을 선사했다.

조앤 롤링의 ‘신비한 동물사전 2’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한 비단뱀 내기니로 등장한 클라우디아 김(수현)도 할리웃에서 날개를 펴고 있는 배우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발탁된 마블의 신데렐라로 연기하는 역할마다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정점을 찍은 한인 배우가 지혜다. 지난 주말 개봉한 판타지 영화 ‘모털 엔진’(Mortal Engines)에서 애나 팽을 연기하는 지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저항군의 수장으로 등장해 영화 후반부를 지배한다. 엔딩 크레딧에 헤라 힐마, 로버트 시한, 휴고 위빙에 이어 4번째로 이름을 올리는 비중 높은 역할이다.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사단이 제작한 ‘모털 엔진’은 판타지 영화의 거장 답게 독특한 세계관을 시각화하는데 영화 속 지혜는 등장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지금까지 한인 여성이 할리웃 영화에서 맡았던 역할과는 판이하게 강도 높은 액션과 보스 기질이 넘쳐나는 카리스마가 캐릭터를 확연히 드러낸다.

아시안(한인)이고 여성이다. 할리웃 영화계에서 성공하기 힘든, 숫적으로 불리한 조합이다. 미국영화협회(MPAA)가 발표한 2017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극장관객 비율은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고 아시안은 13%를 차지한다. 통계로 따지자면 아시안 여성의 성공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나마 최근 3년 사이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가 남성 주연 영화보다 흥행 성적이 좋다는 발표가 희망을 주지만 아시안 여성의 지지기반 구축은 운보다는 노력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대세로 떠오른 한인 여성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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