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밥이 예수다’

2018-12-18 (화) 손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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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예수다’

홍선애 ‘코스미 드림’

개 돼지들의 세상 시인 다섯 마리 망원 시장통에
모여 앉아 3900원짜리 닭곰탕 먹는다.
명동 어딘가에 있는 유명짜한 곰탕집은 보통이 12000원
특이 15000원 그 위에 존귀하신 맛 새로이 계셔 세종대왕
두 분에 율곡 어르신까지 줄 세워 선불 받는다더라.
얄궂은 곰탕 한 그릇 값이면 다섯 목숨 구원하고도
선한 사마리아의 고로케 열한 명 먹일 수 있는 곳.
퇴계 어르신 얼굴 한 번 펴면 단팥빵 세 개, 꼬마김밥
두 줄로 삶의 허기 채워주는 곳.
망원시장 들어서면 환희 열리는 골목,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이들의 걸음걸음 마침내 갈릴리에 닿으니
그 이름 지극한 사랑이라.
문득, 거룩해진 닭곰탕 앞에서 아멘ㅡ하고야 마는 것이다.

손종수 ‘밥이 예수다’ 전문

테크놀로지와 자본의 냉혹한 구조 속에서 인류가 멸망해버릴 것이라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어떻게 혹은 언제가 문제이지 가부가 문제인 시점은 지나갔다. 인간은 졸부다. 갑자기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오른 자의 불안. 그래서 남의 것을 뺏으며 쓸데없이 부를 축적한다. 참으로 클래스가 없는 종족이다. 졸부의 속성을 신성인줄 알았더라니. 거룩하리만큼 사취할 줄 모르는 닭곰탕 앞에서 부르는 착한, 아멘을 마주한다. 우리끼리 싸울 건 없다. 다만 인간은 이제 덜 똑똑하고 덜 부자여야 한다는 거다. 그것만이 지구와 사람을 구하는 길이다. 임혜신<시인>

<손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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