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발점 고도 한라산 정상보다 높아 숲 푸르고 공기 청량

2018-12-14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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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dykoontz Peak ( 7558’)

출발점 고도 한라산 정상보다 높아 숲 푸르고 공기 청량

Goodykoontz Peak의 동쪽 기슭에 있는 거대한 Williamson Rock의 위용.

출발점 고도 한라산 정상보다 높아 숲 푸르고 공기 청량

Pallett 쪽에서 본 Goodykoontz Peak(왼쪽).


“남가주에 사는 사람들은 참으로 큰 축복을 받았다. 전 세계를 망라하여 1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도시 중에서 바로 그 곁에 거대한 산맥들이 포진하고 있는 곳은 LA와 Vienna, 두 도시밖에 없다. 바쁘게 북적이며 스모그마저 끼어 있는 평지의 도시들 바로 위쪽으로는, 계곡을 흐르는 물들과 푸른 초원들, 산속의 작은 호수들과 숲들이 햇볕 아래 조용히 반짝이고 있다. 이따금씩 바람에 일렁이는 소나무들이 내는 소리만이 그 정적을 깨뜨릴 뿐, 마냥 평화롭기만 한 산악지역이 Santa Barbara에서 San Diego 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길게 펼쳐져 있으니, 설령 이 산맥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거나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을 지라도, 이들은 우리 남가주 주민들을 복잡다단한 현대생활의 긴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휴식처가 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 이 글은 1960년 10월의 ‘Southern Sierrans’ 란 간행물에 실린 산사나이 Weldon Fairbanks Heald(1901~1967)의 글이다. 그는 1892년에 John Muir 에 의해 설립된 Sierra Club 의 LA와 Orange County 의 지부조직으로, 1911년에 결성된 Angeles Chapter에서 채택한 ‘Hundred Peaks Game’을 통하여 사상 최초로 남가주 일원에 있는 100개의 고산에 오른 기록을 1946년에 달성한 산악인이다.

Angeles Chapter에서는 이곳 남가주 일대의 해발고도 5000’ 가 넘는 산 가운데 281개(2018년 12월 현재)의 산을 지정하여, 이들 산을 많이 오른 회원들을 표창하는 HPS(Hundred Peaks Section)라는 단위조직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Weldon Heald 는 이로써 표창된 최초의 인물이다. 그의 생애를 통하여 등산활동과 산림보호에 헌신한 공로가 뚜렷하였기에, Sierra Club 의 발의로, 1972년에 Kern County에 있는 어느 한 산이 그에게 헌정되어졌으니, Heald Peak(6901’)이 바로 그 산이다.

우리 남가주 일원에는 이렇듯 여러 산들에 이 HPS를 통해 표창되거나 자연보호에 기여한 산악인들의 이름이 헌정되어 있는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Goodykoontz Peak도 그 중의 하나이다. Frank Lynn Goodykoontz(1926~2005)는 51세가 되던 1977년에 처음으로 HPS에서 100 Peaks의 등산을 성취한 뒤로 아주 열성적인 HPS의 산악인이며 헌신적인 리더로서의 삶을 살았는 바, 그 사후에 시에라클럽의 영향으로 그의 이름이 해발고도 7558’인 이 산에 헌정되어진 인물이다.


이 Goodykoontz Peak의 인근에 있는 산들을 열거해 보자면, Akawie Peak, Winston Peak, Winston Ridge Peak, Pallett Mountain, Will-Thrall Mountain, Mt. Lewis, Mt. Williamson, Mt. Waterman, Twin Peaks, Kratka Ridge, Pleasant View Ridge Peak, Mt. Islip 등을 꼽게 되는데, 이 가운데 사람의 이름이 아닌 것은 Twin Peaks, Pleasant View Ridge Peak의 둘 뿐이다.

또한 이 가운데 Goodykoontz, Akawie는 시에라 클럽의 멤버로 활동한 사람들이고, Will-Thrall은 60세가 지난 다음에야 산을 좋아하게 되고 이를 보호하는 일에 앞장 섰던 사람이었으며, Waterman, Kratka, Islip도 해당 산들과 관련이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 Goodykoontz Peak 의 산행은 왕복 10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3000’가 되어, 대략 6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마지막 1마일 구간이 스위치백이 거의 없이 곧장 거의 1000’ 고도를 오르게 되므로 약간 힘들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가는 길

210번 Freeway에서 La Canada의 Angeles Crest Highway(SR-2)의 출구로 나와서 SR-2를 따라 북쪽으로 33.5마일을 가면(Mile-marker 58.3 지점), 오른쪽으로 Buckhorn Campground 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다.

Campground로 들어가는 길은 왼쪽으로 있다. Campground를 관통하며 약 0.5마일을 북쪽으로 내려가면, 길이 끝나는 곳에 Burkhart Trail 의 표지가 있는 곳에 이르게 된다.

등산객 전용의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주차허가증을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차안에 잘 걸어둔다.


등산코스

등산시작점의 고도가 6450’로 이미 한라산 정상보다도 높다보니 공기가 아주 청량한데, 등산로 주변에는 거목들이 여기저기 하늘을 뚫을 듯 서 있고 멀리 또는 가까이의 산들도 숲이 푸르러, 이곳이 과연 건조한 우리 남가주의 산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등산로는 처음 2마일정도는 완만한 내리막이 계속된다. 출발하여 10분정도가 지났을 때 오른쪽의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 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작은 샛길이 나 있다. 이를 따라 200m정도를 내려가면 기기묘묘한 바위들 가운데 아름다운 폭포가 있으니 돌아올 때에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한번은 내려가 볼 것을 권한다.

다시 트레일로 올라와서 30분 정도(등산시작점에서 약 1.7마일)를 내려가면 길이 왼쪽으로 갈라지는데, Cooper Canyon Campground로 이어지는 PCT의 구간이다. 우리는 직진이다.
0.1마일쯤을 가면 왼쪽으로 제법 운치가 있는 또 하나의 폭포가 있다. 30m 정도의 짧지만 가파른 길이 계곡바닥으로 내려가도록 나있어, 아름다운 Cooper Canyon Falls의 모습을 정면에서 잘 볼 수 있다. 봄철에는 수량이 많아 멋진 폭포로서의 매력을 뽐내지만, 건기에는 물이 적어져 폭포로서의 위용을 잃게 된다.

0.3마일쯤을 더 내려가면 작은 개울을 건너게 된다. 고도 5600’의 Little Rock Creek이다. 눈이 녹는 5~6월에는 수량이 많으나, 건기에는 실낱같은 물줄기가 겨우 Creek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인데, 이 물들은 Palmdale쪽으로 흘러나가서 결국 Mojave 사막에 흡수되어진다고 한다. Creek을 건너 왼쪽으로 굽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50m를 나아가면 오른쪽에 이정표가 있어, 우측으로 갈라지는 길이 Rattlesnake Trail임을 알려준다. PCT와 중첩되는 등산로이며, 동남쪽의 Eagle’s Roost Recreation Area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직진으로 이어지는 Burkhart Trail을 따라 직진한다.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오름길이다. 봄에는 길변에 Lupine, Penstemon, Western Wall Flower, Manzanita 등의 예쁜 꽃들을 볼 수 있고, 다른 계절에는 사시사철 볼 수 있는 Jeffrey Pine, Incense Cedar 외에 세상에서 가장 길쭉하다는 솔방울들을 풍경인양 가지끝에 매달고 있는 Sugar Pine, 또 세상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 엄청 큰 솔방울들을 달고있는 Coulter Pine, 작은 잎들이 햇빛에 찬란히 빛나는 Mountain Mahogany들이 가끔씩 특히 눈에 띄고, 다소 투박한 Yerba Santa, Chaparral Yucca 등이 길섶을 메꾸고 있다.

Rattlesnake Trail Junction 에서부터 약 1.5 마일을 온 지점에 이르면, 등산로 왼쪽은 아스라한 느낌이 들만큼 가파르고 깊은 계곡의 지세를 이루며, 등산로 오른쪽은 산의 기슭인데,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바짝 꺾인 후 서서히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이 나온다.

꺾이는 지점에 이르기 전 약 10m쯤 전의 오른쪽 기슭은 온통 바위층이 노출되어진 곳인데, 바로 위에 굵은 줄기가 심하게 우측으로 굽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나무의 밑둥 부분을 유심히 보면 자그마한 돌들을 쌓아서 올라가는 길임을 알려주는 작은 돌탑(Cairn 또는 Ducks 라고 함)을 볼 수 있다. 이 지점을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 여기서 등산로를 떠나, 굽은 나무가 있는 오른쪽 기슭으로 올라서야 한다.

일단 기슭에 올라서면 위쪽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닌 발자취가, 충분히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띈다. Goodykoontz Peak으로 올라가는 외길이다. 처음에 오르게 되는 혹처럼 볼록한 작은 봉우리가 Bobcat Knob(6709’)이다.

Burkhart Trail 을 벗어난 지점에서부터 비교적 곧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 1마일쯤을 올라가면, 마침내 사람몸통보다 굵은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있고, 그 아래 돌무더기에 정상등록부가 들어있는 Goodykoontz Peak 의 정상(7558’)에 이르게 된다.

전문산악인들이나 오를 수 있는 세계적인 험한 산들이 아니고, 바로 주변에 있는 산을 열심히 다녀도 그 이름이 산에 헌정될 수 있는 미국의 등산문화가 부럽고, 아직도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많은 고산들이 있는 드넓은 우리 남가주의 자연이 부럽다.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의 여러 산들을 잘 조망할 수 있는데, 특히 이 코스는, 차도나 소방도로 또는 방화벽 등 자연의 모습에 상처를 낸 부분이 거의 없어, 본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잘 간직돼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동쪽과 남쪽의 아주 가까이에, 멸종위기에 있는 개구리와 송골매를 보호하기 위해 통행이 전면 금지된 1000에이커에 달하는 Williamson Rock 지역이 자리하고 있으니, 등산로 주변지역을 벗어나지 말고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내려오도록 한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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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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