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칼 32B’

2018-12-13 (목) Machael Donaghy(1954-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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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칼 32B’

주선희 ‘연날리기’

부자들은 다르다 우리가 문손잡이를 다는 곳에
나 같은 도어맨을 둔다, 저 위쪽 동부, 8월의
여송연 상점 앞에 서있는 인디안처럼, 폴리에스터를 입은
입주자들이 테네리페나 모나코에서 피부를 태우는 동안
나는 보초를 섰다, 납빛 맨하탄의 불빛 아래서
삼십 분쯤 후, 푸들이 눈 똥이 회색으로 말라가는 것을 지켜보며
귀빈이 또 한 분 오신다, 미스터 라카펠러!
아일랜드 태생의 도어맨은 죽음을 예견한다
물결들, 그리고 달려가서 그의 짐을 도와준다.
한 번은 파바로티에게 택시를 잡아주었다, 장난 아니다.
팁을 주지 않았다. 5th 애비뉴를 따라 나는
그를 응시했다, 뒤돌아보며 나를 관찰하는
삼손처럼, 눈 없는. 블레셋 코러스--
맞습니다 선생님! 나는 그 테너가수를 차에 넣었지요
오, 얼마나 비좁게 구겨 넣어야 하던지

Machael Donaghy(1954-2004) ‘로칼 32B’
임혜신 번역

‘미국 빌딩 서비스 노동자 유니온’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시속 상황의 사실 규명을 할 수는 없었다. 이 시인이 여러 개의 상을 받은 시인이라는 것,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것 정도를 구굴 검색으로 알아냈을 뿐이니까. 그러나 얼마나 익숙한 상황들인가. 팁을 받는 고용원 최저임금은 4-5달러 선이다. 이 숫자는 시간당 60만 달러인가를 받았다는 어떤 유명인사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가? 이 천문학적 빈부차이를 역전시키지 못하는 이상 살기 좋은 세상이 오기는 글렀다. 부자들은 2-3달러의 팁이 아까울까? 그들 중 하나가 어쩌다 한번 냉혹했던 거라고 할 수는 없겠다. 참 추운 겨울이다. 2019년 건강보험을 잃게 되는 사람들의 눈물 겨운 소식을 듣는다. 그들이 울고 있고 우리는 분노한다. 황금의 죄와 예술의 허.

<Machael Donaghy(1954-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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