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개의 시’

2018-11-20 (화) 12:00:00 Zakaria Mohammed (1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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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없다

흘러가며 당신의 눈을 가리는 아주 작은 구름이 있을 뿐

뒤로 다가와 두 손으로 눈을 가리는 친구처럼,


죽음은 없다

까만 염소 한 마리와 밀크를 짜는 타투를 새긴 손이 있을 뿐

하얀 밀크가 당신의 입을 채우고 눈 속으로 흘러든다,

다시 말하지, 죽음은 없다

거북이들이 지나가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당신의 어깨를 잡고 당신을 고통하게 하는

산딸기나무 한 그루가 있을 뿐


죽음은 없다

없다

하나도

‘8개의 시’



Zakaria Mohammed (1951- ) ‘8개의 시’ 중 하나

Sinan Antoon 영역/ 임혜신 번역

팔레스타인 시인 자카리아 모하메드가 ‘8개의 시‘라는 제목으로 쓴 시의 하나다. 전쟁과 죽음이 일상처럼 반복되는 땅에서 그는 죽음은 없다고 단언한다. 죽음이 없는 그의 땅에 구름이 흐르고, 염소가 있고, 밀크 짜는 손이 있고, 산딸기나무와 거북이가 있다. 여기가 어디인가, 하나의 죽음을 보내기도 전에 둘, 셋. 넷 죽음이 밀려오는 총과 화약의 땅이다. 거기, 있다, 죽음은. 그것은 산딸기이며 목동이며 친구다. 죽은 자들은 그러나 죽지 않았다. 구름 속에 당신의 입속에 산딸기 가시 속에 살아있고 남아있다. 이중 부정 속에서 죽음 속에 피어있는 생이 뼈아프다. 임혜신<시인>

<Zakaria Mohammed (1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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