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밀레니얼 투표 열기

2018-11-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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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간선거는 통상적 중간선거와 비교해 여러 이변들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젊은 세대의 투표열기이다. 밀레니얼들이 6일 미 전국 중간선거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예를 들면 오렌지카운티의 한 투표소. 투표 마감시간 8시가 한참 지나 어둑어둑한 거리에 유권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인근 대학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 직장에서 퇴근한 청년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몰린 것이다. 마감시간이 지나도 줄을 선 사람들은 투표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줄은 이어지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투표소 측은 피자를 제공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인구는 7,500만에서 8,300만명으로 추산된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들보다 숫자가 많아서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세대 집단을 이루고 있다.


밀레니얼들은 청소년기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디지털 환경에 능숙하고 대학 진학률도 높다. 그러나 사회진출 시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취업난을 겪은 탓에 평균소득이 낮고, 학자금 상환부담이 있으며,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의 욕구와 의지도 이전 세대에 비해 크지 않다.

이들은 소유보다는 공유와 빌리는 것에 더 익숙하고, 명품 브랜드에 열광하지 않으며, 저축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기농이나 피트니스 등 자신의 관심분야에서는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즐기는 성향을 보인다. 한 사회학자는 안녕(Wellness), 유연성(flexibility), 재미(fun)가 이들의 키워드라며 ‘자기애가 강한 세대(Generation Me)’라고 분석했다.

그런 한편 밀레니얼은 정치, 경제, 환경, 윤리 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세대이기도 하다. 진보적이고 개방적이어서 동성결혼과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하고 동물실험에 반대하며 다카(서류미비 청소년 추방 유예)를 찬성한다.

퓨 리서치에 의하면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밀레니얼 세대의 열광적 지지가 큰 도움이 되었고, 2016년 대선 민주당 경선 때는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후보를 강력 지지했던 층이 이들 30세 이하의 유권자이다.

전통적으로 18~29세는 투표율이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낮고, 대선이 아닌 중간선거의 참여도는 더더욱 저조한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적극적인 투표는 미래의 정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현상으로 주류 언론은 보고 있다.

아직 정확한 투표율은 나오지 않았으나 ABC 출구조사에 따르면 투표자의 13%가 18~29세 연령층이다(2014년 11%). 이들은 특히 조기투표에 적극 참여했는데 2014년에 비해 188%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텍사스에서는 젊은 층의 조기투표율이 무려 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카고에서도 젊은 유권자들 덕분에 전체 투표율이 1986년 이후 가장 높은 56%를 마크했다고 선 타임스가 보도했다.

중요한 것은 밀레니얼 세대가 ‘블루 웨이브’(민주당 지지물결)라는 것이다. 이들이 이번 선거에 적극 나선 이유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정책에 대한 저항의 표시이다. 밀레니얼 제너레이션이 향후 수십년간 미국을 움직일 주역인 만큼 공화당은 바짝 긴장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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