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증오의 언어를 멈춰라”

2018-11-03 (토)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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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스기하라 지우네는 나치정권의 극심한 탄압아래 고통 받던 유대인들을 구출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스기하라는 1940년 당시 일본 제국 주 리투아니아 영사로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때 소련군이 리투아니아를 급습해 점령하고 각국 영사관을 폐쇄하자 나치 독일을 피해 외국으로 빠져 나가려던 유대인들을 적극 구출해준 사람이다.

그는 유대인들이 유일하게 남아있던 일본 영사관으로 몰려오자 소련당국에 이 사실을 알려 유대인들을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대피시킬 수 있게 동의를 얻어내고 그들에게 비자를 만들어 주어 유대인 6,000명이 독일을 무사히 빠져 나가 목숨을 구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당시 유대인들은 독일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만행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히틀러는 자라면서 계속 유대인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웠다.

유대인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점령해 나가는데 대한 강한 반감과 분노의 표출이었다. 그는 숱한 고난과 역경을 딛고 독일 최고의 지도자가 되었지만 유대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을 끝내 버리지 못해 결국 유대인 600만명을 대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런 결과는 증오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세세토록 교훈시켜 주는 역사적 기록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미움과 증오, 적개심을 다스리지 못해 일어나는 불행한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펜실베니아주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 증오심에 불탄 한 백인남성이 미국 역사에 남을 만한 끔찍한 반유대인 총기난사 사건을 저질러 미국사회를 온통 경악시키고 있다. 이 남성은 회당에서 예배를 보는 유대인들을 향해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치면서 총을 난사했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유대인 11명이 죽고 6명이 부상당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증오범죄는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교회에서도 일어났다. 흑인에 대한 적개심을 갖고 있던 백인우월주의 청년이 쏜 총기난사 사건으로 9명의 흑인이 무참히 목숨을 잃으면서 교회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다.
최근에는 또 한 백인남성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에게 폭발물이 담긴 소포를 배달해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 용의자는 극우사이트에 반 유대글을 다수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인간은 사람들을 피해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직장이나 사회에 물의를 빚거나 주위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이들은 마음에 미움과 시기, 질투, 적개심을 버리지 못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가시 돋친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자행한다. 이들의 속성은 위, 아래는 물론 예절도 모르고 자신이 지금 어디에 속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잘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비교심리에서 오는 박탈감과 피해의식,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상대를 미워하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


그리고 자신도 이기지 못할 상황에 도달하면 극한 범죄까지 서슴없이 저지른다. 일찌감치 병원을 찾아야 할 사람들이 지금도 우리 주위나 조직, 그리고 사회에 버젓이 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는 병든 사람들이다. 타인에게 상처를 남기거나 더 큰 사고를 일으키기 전에 부단한 자기반성과 자기 성찰로 마음 다스리기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다.

이번 회당참사로 전 세계 유대인들은 무참히 죽어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참사의 현장이 된 회당 성직자는 “증오의 언어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린 스기하라처럼 바른 심성을 가질 것인가, 아니면 히틀러같이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게 하는 증오심을 가질 것인가.

이번 참사는 우리에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적개심과 증오심을 버리라고 또 한 번 일깨운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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