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간선거에 즈음하여

2018-11-02 (금)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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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에 즈음하여

문일룡 변호사

작년 버지니아주 총선 때였다. 내가 버지니아주에서 40여 년간 살면서, 그 선거의 개표 과정만큼 관심을 가졌던 주 단위 선거도 없었다. 100명의 주 하원의원 모두를 다시 선출했는데, 박빙의 판세로 주 하원의 주도권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주 동남부 제 94지구에서 민주, 공화 양당 후보가 똑같이 1만1,608 표를 얻었다. 재검표 결과였다. 선거 당일에는 공화당 후보가 10표 차로 이긴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검표를 실시하니 민주당 후보가 1표 차로 앞섰다. 그 후 재검표 과정에서 전에 무효표로 처리 되었던 한 표가 공화당 후보 표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두 후보의 득표수가 같아졌다. 최종 판가름은 ‘제비뽑기’로 진행되었고 결과는 공화당 후보의 승리였다.

이 선거 전까지 버지니아주 하원은 공화당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민주당 의원이 34명에 불과 했으니 양당 의원수 비율이 2대1인 셈이었다. 민주당 의원은 공화당 협조 없이 그 어떤 법안도 통과 시킬 수 없었다.


그런데 작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약진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표심으로 나타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민주당의 약진 정도가 작년 선거 결과 만큼 클 줄은 몰랐다.

제 94지구 재검표로 공화당이 주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지만 그것은 51대49, 겨우 2석 차이에 불과 했다. 의석수가 50대 50으로 같았다면 하원의장 자리를 비롯,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들을 양당이 균등하게 나눠 갖는 권력 균점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 균점까지 가지는 않았어도, 이러한 의석수 변화는 그 동안 공화당이 줄곧 반대해 오던 메디케이드 혜택 확장 법안이 통과되는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올해의 연방하원의원 선거가 작년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선거와 비슷한 양상이다. 현재 연방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물론 하원의원 총 수 435명 가운데 의석 수 차이가 2대 1의 비율까지는 아니지만 공화당 협조 없이 민주당이 단독으로 특정 법안을 통과 시킨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런데 이번 11월 6일의 선거에서 민주당의 약진을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표의 결과로 분출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약진의 정도가 민주당이 지금보다 24석 이상을 추가해 하원을 장악하는 데에까지 이르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한 표가 더욱 중요하다.

연방하원에서도 단 한 석이라도 우위를 점한 당이 권력을 독점한다. 의장자리 부터 각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 위원장 자리 모두 다수당이 독식한다. 위원회 멤버 구성도 다수당이 항상 다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1석이라도 더 많은 당이 모든 국정조사와 청문회에 주도권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다. 그러기에 양당이 이번 선거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 한인 유권자 모두의 투표를 호소한다. 내 한 표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작년 버지니아주 하원 제 94지구에서 단 한 표가 당락을 좌우하고 그에 따라 주 하원의 권력분배가 달라진 것처럼, 이번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나는 이미 투표를 했다. 선거 당일 타 지역에 출장 갔다 돌아오는데 만약을 대비해 사전 투표를 했다. 버지니아의 경우 사전 투표는 3일까지 가능하다. 사전 투표를 할 수 있는 사유는 버지니아 주에서만도 20가지나 된다. 선거 당일 아주 잠깐 거주 카운티나 시 밖으로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나갈 일이 있으면 가능하다. 이유는 묻지도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년간의 통치와 출마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의 한 표를 꼭 행사하기 바란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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