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널뛰기 환율’ 에 유학생들 속탄다

2018-10-20 (토)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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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도 10원 이상 요동 달러 1,150원까지 치솟아

▶ 송금액 크게 줄어 생활난 파트타임·환치기 하기도

USC에 재학 중인 한인 유학생 김모씨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매일 요동치는 환율만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올해 3월말 1,050원대를 기록한 환율이 불과 반년만에 1,150원으로 치솟는 것은 물론, 하루에도 10원이상 등락폭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환율이 불안정해 집에서 받아야 하는 학비와 생활비가 수천달러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환율이 오른다고 부모님한테 돈을 더 요구할 수만은 없어 생활비 일부를 자체 조달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녀 교육 때문에 한국에 있는 남편과 떨어져 라크레센터 지역에서 아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설모씨도 연일 요동치는 환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설씨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환율이 1,100원 밑이었는데 요즘은 갑자기 1,150원 가까이 오르는 등 변동폭이 너무 커 걱정”이라며 “환율 변동이 심해지자 송금을 받는 액수가 크게 차이가 나면서 한국에 있는 남편이나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와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등을 거듭하면서 지난 11일 한국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1,150원을 돌파하는 등 연중 최고치로 치솟고 있어 남가주 지역 한인 유학생들과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낸 이른바 기러기 부모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올들어 달러당 1,055원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해왔지만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가열되기 시작한 6월 중순께부터 급등세를 보이면서 불과 몇 주만에 달러 당 100원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학비와 생활비 중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보내오는 돈에 의존하는 유학 및 기러기 생활의 특성상 환율이 오를수록 받는 돈 액수는 줄어들어 유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씀씀이를 줄이는 동시에 과외 등 파트타임 잡을 통해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한인 학생들도 상당수 있다.

기러기 엄마들의 경우 일주일 사이에 몇십원씩 오르고 내리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송금을 받는 타이밍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설씨는 “남편이 한국에서 버는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 생활비를 줄이는 것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라며 “보내는 시점에 따라 1,000달러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어 급변하는 환율로 인해 부부싸움이 갈수록 늘어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율 리스크가 커지자 환율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묘안을 짜내는 유학생들도 있다.

LA 지역 사립대에 재학 중인 박모씨의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에 가족이 있는 한인으로부터 시세보다 낮은 환율로 환전을 한 뒤, 한국의 부모님이 상대방 가족에게 한화를 송금하는 환치기로 그나마 손해를 줄이고 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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