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발·마무리 등판 원칙 없는 가을야구는 ‘불펜 전쟁 中’

2018-10-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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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승 투수도 불펜 기용…지고 있어도 마무리 등판

마운드의 분업화는 이미 오래전에 정착됐지만, 가을에는 큰 의미가 없다.

백수십 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가 아닌 5전 3승제, 또는 7전 4승제의 포스트시즌 시리즈는 한두 경기에 패하면 곧바로 탈락하는 사실상의 토너먼트이기 때문이다.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16일 2018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앞두고 제2선발 에릭 해커를 제외하고 모두 투수를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을야구는 단 1경기도 물러설 수 없는 총력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16일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3차전에서 2-3으로 뒤진 8회초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를 투입했다.

1점 뒤진 상태였으나 추가 실점으로 막은 뒤 두 번 남은 공격 기회에서 역전하겠다는 A.J.힌치 감독의 승부수였다.

그러나 오수나는 2사 만루에 몰리더니 미치 모어랜드에게 밀어내기 몸 맞는 공을 던졌고 이어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에게 만루홈런을 두들겨 맞아 감독의 승부수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앞서 보스턴은 15일 열린 ALCS 2차전에서 6-4로 앞선 8회초 팀 내 최다승 투수인 릭 포셀로를 불펜으로 내세웠다.

올 시즌 17승 7패를 거둔 포셀로는 줄곧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1승이 다급한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포셀로를 1이닝 셋업맨으로 전격 기용했다.

보스턴은 뉴욕 양키스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도 4-1로 앞선 8회말 에이스인 크리스 세일을 역시 셋업맨으로 투입해 승리를 다졌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패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부상에서 돌아온 선발요원 트레버 바워를 불펜으로 돌렸으나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자원이 가장 풍부하다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마에다 겐타와 알렉스 우드를 불펜으로 돌려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현대야구에서는 예전처럼 완투, 완봉하는 투수를 쉽게 찾기 어렵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내 투구)만 해도 평가를 받는다.

선발 투수가 100구를 넘기는 경우도 많지 않아 불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시즌 중 등판이 잦은 불펜투수들은 가을이 되면 대부분 지친다.

그렇다 보니 단 한 경기도 쉽게 내줄 수 없는 가을야구는 선발, 마무리 가리지 않고 몽땅 투입하는 '불펜 전쟁'을 펼치며 팬들의 흥미를 더욱 유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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