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도·효과 뚜렷해야”, 게리맨더링 주관적 해석 연방대법, 모호한 판단

2018-10-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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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법체계는 한국과 다른 보통법(Common Law System)을 따른다. 법에 대한 법원의 해석도 법률과 같은 지위를 누리기 때문에, 법원 위계의 가장 위에 있는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또 위헌심사 권한도 연방대법원이 가지고 있어서 정치적인 결정까지도 여기서 이루어진다.

일견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해 보이는 게리맨더링이 미국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유도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연방 대법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도한 게리맨더링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끊임없이 나왔는데, 이때마다 연방 대법원은 “선거구 획정은 법의 해석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1946년의 Colegrove 대 Green 판결이 대표적임).

그러다가 기존의 견해를 뒤집고 1962년 연방대법원이 ‘Baker 대 Carr’ 판결을 통해 선거구별 인구 격차가 심하면 위헌이라고 한 후, 선거구 획정에서 비로소 인구 비례를 최소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선거구를 만들면서 소수인종을 차별하지 않는 단계(1965년 연방의회에서 민권법을 통과시키며 이루어짐)에서 더 나아가 소수인종이 다수인 선거구를 만드는 것을 장려한 것도 연방 대법원이다. 1986년 ‘Thornburg 대 Gingles’ 판결로 이러한 선거구를 만드는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정당에 편파적인 게리맨더링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방 대법원이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칙적으로 1986년 ‘Davis 대 Bandemer’ 판결을 통해 위헌을 선언하긴 했지만, 그 기준이 문제이다. “한 정당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하고 실제로 그 효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지나치게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에 정파적인 게리맨더링이라고 판단한 선거구는 아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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