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망무제! 별천지가 따로 없구나…

2018-10-12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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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 Baden Powell (9399’)

일망무제! 별천지가 따로 없구나…

Mt. Baden Powell의 정상부.

일망무제! 별천지가 따로 없구나…

2000년을 살고있는 Limber Pine“Waldron Tree”.


일망무제! 별천지가 따로 없구나…

등산의 시종점인 Vincent Gap.


이곳 남가주에서 높은 산을 오르다 보면 적어도 수백년 내지 기천년은 자랐을 것으로 생각되는 장수목들을 여기저기에서 많이 만나게 되는데, 나무의 종류도 소나무 전나무 세코이어 향나무 등 아주 큰 나무들로부터, 참나무 만자니타 마호가니 등 보통크기의 나무들까지 꽤 다양하다.

이들 나무들을 보며 그들의 곁을 지날 때는 가끔, 이 나무들이 우리들 인간을 볼 때 어쩌면, 우리가 닭이나 토끼 등의 몸이 작고 수명도 짧은 동물들을 볼 때 느끼는 우월의식과 그들을 다소 하찮은 존재나 단지 다소 귀여운 존재로 보는 식의, 연민의 느낌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상념이 떠오르곤 한다.

거목들의 입장에서 우리를 보면, 수명도 아주 짧아 잠깐밖에 못사는 것들이 욕심은 온 땅을 다 덮고도 남을 만큼 크고, 덩치도 쬐끄만 것들이 온 천지를 다 헤집고 다니며 갖은 나쁜 짓은 다 하면서,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자기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으시대는, “지구의 악성 암세포”라며, 안타까움과 우려의 정을 동시에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흔히 우리가 분류하듯이, 식물은 동물에 비해 하등생물인 걸까? 우리가 동물에 속하다보니, 우리 식의 지식과 잣대로 판단하는 아전인수식 해석이거나, 인간들의 무지의 소치는 아닐까?

동물이 식물에 비해 고등생물이라는 주된 논거는 무엇일까? 아마도 글자 그대로 동물은 자기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점일 것 같다. 그런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과연 발전된 장점인 것일까?

다소 비약하는 것이지만, 생각해 보기에 쉬운 예를 들어 본다면, 계절에 따라 또는 기후에 따라 가축과 함께 넓은 초원을 이동하며 살아가는 유목민들의 생활방식은,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대대로 그곳을 중심무대로 살아가는 농경민들의 생활방식보다 더 우등한 것일까? 넓은 생활반경으로 사는 삶이, 좁은 생활반경으로 사는 삶보다 더 큰 축복인 걸까? 지구가 좁다고 전 세계를 돌아 다니는 현대인의 삶이, 태어난 곳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주로 한곳에서 종신토록 살아가던 옛사람의 삶보다 더 우등한 것인가? 움직여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특징일 수는 있지만, 움직일 필요가 없어 한곳에 고정되어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장점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닐듯하다. 관점에 따라서는 고착된 상태로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고 또 그러한 상황에서 그 삶을 충분히 즐기며 장수도 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런 식물이 더 고등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하긴, 인간 등의 동물들이 움직인다는 의미도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달팽이의 뿔만도 못한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 지구표면에 붙어서 꼬물락거리는 ‘식물’수준의 미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겠고, 우리가 보기에 한 곳에 고착되어 살아간다고 생각되는 식물들도 소립자나 원자적 관점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움직임과 변화를 하면서 살고 있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점을 바꾸어, 그 삶이 자기자신을 벗어나 주위의 다른 생명이나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살펴, 그로써 고등생물인지의 여부를 판단한다면, 이 점에서는 아마도 동물보다는 식물이 훨씬 고등의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겠다. 대체적으로 말할 때 식물들의 삶이 동물들의 삶에 비해 주위 환경이나 다른 생명체에 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 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식물들이 모든 동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원천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물들의 삶이란 바로 살신성인이고, 보살의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식물들에게도 감각이나 감정 또는 의지를 비롯한 희로애락애오욕이 있고 진선미의 인식이 있다는 이론들이 있는데, 나는 당연히 그럴 것이며, 어쩌면 우리들 인류보다 훨씬 더 원만하고 풍부하게 진화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곳 LA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에, 나이가 1800살 혹은 2000살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나무(Limber Pine)가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Mt. Baden Powell이다. 1950년대의 LA지역 Boy Scouts 간부였던 사람의 이름을 따서 “Waldron Tree”로 명명된 이 소나무는, 1962년에 Angeles National Forest의 감독관이었던 Sim Jarvi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단다.


2000년을 살고 있는 나무라면 대략 예수님의 탄생과 동시에 뿌리를 내렸다는 얘기가 되고, 이 때의 우리나라는 고조선 시대가 끝나고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가 막 시작된 시기에 해당되니, 이 나무의 일생과 인간 일생의 격차는 실로 대단타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굳굳히 살아있는 이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네 인생이란 영락없는 하루살이일 수 밖에 없겠다.

Mt. Baden Powell은, 1931년까지는 Mt. North Baldy라고 불리웠다는 사실이 말하듯이, Mt. Baldy와는 San Gabriel 강의 동강(East Fork)이 흘러내리는 협곡을 사이에 두고, 북쪽편에 우뚝 솟아있어 매우 뛰어난 전망을 자랑하고 있는 산으로,그 높이가 백두산(2744m)보다 높은9399’(2867m)에 이르러, 높이가 10064’(3070m)에 이르는 Mt. Baldy를, San Gabriel 산맥에서의, “강남의 패자”라고 한다면, 그에 버금가는 세력을 지닌 “강북의 강자”라고도 할만하다.

이 Mt. Baden Powell은, 마치 백두산이 우리 한민족에겐 영산이 듯, LA Boy Scouts들에게는 아주 각별한 의미가 있는 산이기도 하단다. 1931년에 이 산의 이름을 Mt. North Baldy에서 Boy Scouts 창립자의 이름을 넣어 Mt. Baden Powell로 바꾸게 했고, 바로 이웃한 봉우리도 ‘Boy Scouts’의 아이디어를 Baden Powell에게 제공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 Mt. Burnham으로 지정케 했으며, Baden Powell산의 정상에 설립자를 기리는 Monument을 설치하고, 대원들의 심신단련코스로 공식 지정한 전장 53마일의 Silver Moccasin Trail이 Mt. Wilson의 Chantry Flat에서 시작하여 이 산에서 끝나도록 설정하는 등, Boy Scouts 에선 이 산을 일종의 성지로 간주하고 있는 듯 하다.

<가는 길>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등산시작지인 Vincent Gap은, 210번 Freeway에서 La Canada의 2번도로(Angeles Crest Highway)로 나와 동쪽으로 53마일을 가면(도로의 Mile Marker는74.8), 오른쪽으로 표지판이 있는 큰 주차장이 나오는데, 이곳이 약 100년전까지 이곳에서 금광(Big Horn Mine)도 하고 사냥도 하며 살았던 Charles Tom Vincent란 사나이의 이름을 딴 Vincent Gap 이다.

동쪽에서 오는 경우라면 15번 Freeway의 Wrightwood Exit에서 내려(138번 도로), 좌회전하여 8마일을 가면 2번 Highway의 Junction을 만난다. 좌회전하여 2번 도로로 들어가 14마일을 가면 왼편으로 Vincent Gap주차장이 나온다.

<등산코스>

등산시작점(6565’)은 주차장 서북편의 화장실 왼쪽에 있다. 정상까지는 편도 4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가 2850’이므로 난이도는 보통이라고 하겠는데, 거의 전구간이 PCT의 일부이다.

이 등산로는 1934년에 조성되었는데, Mt. Baden Powell의 동북쪽 밑에서 곧장 정상을 향해 지그재그로 오르도록 되어있다. 일반적인 산의 특성상, 아래쪽에서는 지그재그의 길이가 길고 위로 가면서 차츰 짧아지는 모양인데, 총 41번의 굴곡(Switchback)을 이루고 있다.

등산로는 대체로 키가 큰 나무들(Oak Tree, Jeffrey Pine, White Fir, Lodgepole Pine, Limber Pine 등)이 밀집되어 있어 쾌적한 산행을 할 수 있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동쪽으로는 Mojave 사막, 남쪽으로는 Mt. Baldy쪽의 전망도 즐길 수 있다.

등산시작점에서 약 1.75마일을 올라가면 왼쪽으로 샛길이 나 있고, ‘Lamel Springs’란 안내팻말이 있는데, 대략 200m거리에 있다. 그러나 이에 이르는 길이 상당히 위태롭고 또 건기에는 물이 마르기 때문에, 절실하게 물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 곳을 들리지 않고 그냥 우측 길로 나아 가자. 계속 지그재그로 올라 간다. 대략 3.8마일을 왔을 지점의 능선에서 대략2000살이 된다는 거대한 Limber Pine을 만나게 된다.

이 곳의 고도(9200’)에선 좌우의 전망이 대단하다. 우측으론 메마르나 광활한 사막이, 좌측으론 깊고 넓은 협곡과 계곡 그리고 높고 웅장한 산들의 푸르른 모습이 실로 장관이다. 정상에 오르기 바로 직전에 길이 갈라진다. 표지팻말이 있어서 알 수 있는데,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인 PCT를 따라가면 Mt. Burnham, Throop, Hawkins에 이어 Windy Gap이 나오고, 더 가면 Islip Saddle(8마일)에 닿는다.

우리는 왼쪽의 오름길로 간다. 곧바로 Mt. Baden Powell 정상이다. 일망무제! 하늘나라, 선경이 따로 없다. 우뚝 솟은 고봉인지라, 동서남북의 광활하면서 변화가 큰 아름답고 아득한 경개를 다 보게 된다. 특히, San Antonio Ridge 를 이루는 Mt. Baldy와 Iron Mountain 의 북쪽 면들과, Blue Ridge 와 Pine Mountain Ridge 등이 한눈에 들어오게 되어 감탄성이 절로 난다. 가능하면 아는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사방의 지형이나 원근의 숱한 산들의 이름을 익혀 본다. 언젠가는 다 가게 될 곳들이라고 생각하자. 정상에 있는 Boy Scouts에서 세워놓은 기념탑도 자세히 살펴본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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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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