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권카드’ 를 꺼내든 것인가

2018-10-08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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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종교가 믿음의 종교보다 더 중요하다.’ - 전체주의 디스토피아(distopia- 이상향의 정반대)를 파헤친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이야기 같이 들린다. 그게 아니다. 핵심지도자 시진핑 영도 하의 중국공산당이 내건 일종의 포고령이다.

먼저 9,000만 공산당원에게 이 같은 권고가 내려졌다. “종교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 공산당원은 강화된 사상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으면 당을 떠나야한다.”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포고령이 발표된 게 지난 8월 하순께다. 이후 부쩍 심화된 것이 종교탄압이다. 어느 정도인가. ‘문화혁명 이후 최악’이라는 것이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성경이 압수돼 불살라진다. 중국정부가 인정하는 3자 교회에서도 십자가가 강제로 철거되고 파괴된다. 허난성에서만 지난 두 달 동안 4,000개의 3자 교회가 이런 박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십자가가 철거되고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다. 예수의 초상화가 걸렸던 자리에는 시진핑의 초상화가 들어선다. 가정교회들은 아예 폐쇄되고 목회자들은 체포된다. 그리고 수백만 크리스천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것은 신앙포기각서 서명 요구다.

기독교뿐이 아니다. 신장(新疆)성 위구르족 자치구에서는 200만 명에 가까운 위구르인들이 재교육 캠프에 구금돼 있다. 세뇌교육과 함께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강요받고 있는 것.

그뿐이 아니다. 베이징은 치안유지를 명분으로 군과 전투경찰을 배치해 종교생활도 간섭하는 등 24시간 감시에 통제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강제로 격리된다. 무차별적으로 DNA를 채취 당한다. 위치추적 장치가 부착된 셀폰 휴대가 의무화됐다. 공항에서 철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공시설에는 광범위한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다.

티베트 불교도들도 극심한 박해를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재판 없이 구금되고 처벌받는다.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티베트 일원에서 파괴된 불교사원만 4,700개소에 이른다.

왜 베이징은 이처럼 혹심한 종교탄압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2016년 시진핑이 내건 ‘종교의 중국화’ 정책이다. 모든 종교들은 중국사회주의의 핵심가치를 수용해 적용할 것을 강제화한 것이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기독교, 회교, 티베트 불교 등 종교들은 중국공산당, 더 좁혀 시진핑의 파워장악에 현존적인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클리 스탠다드의 니크 테이버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 신장성 위구르 자치구 인권위기를 종교내지 민족이란 프레임을 통해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 체제가 전체주의 폭정체제로 확장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기본 자유권들이 침탈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거다. 폭정체제의 본색이 마침내 발로됐다고 할까.

민족이 다르다. 회교 전통사회라는 점에서 문화도 다르다. 그런 면에서 위구르 자치구에서 자행되는 인권박해가 더 극심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漢)족이 다수인 다른 지역에서 분리주의운동이 일어날 경우 베이징은 역시 가차 없는 박해를 가할 것이라는 게 테이버의 지적이다.

분리주의운동은 바로 공산당 독재, 더 좁혀 시진핑 1인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1당 독재에서 1인 독재와 함께 전체주의로 전이되면서 중국전역, 전 사회 곳곳에서 탄압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는 거다.

그 한 방안은 세뇌교육을 통한 사회주의 사상주입 강화다. 중국 공산당은 대대적인 교육제도 개편, 미디어 장악, 외국사상 통제 등을 통해 인민의 정신(mind)까지 통제하려 들고 있는 것.

또 다른 방안은 디지털 경찰국가화다. 인공지능까지 동원한 디지털 감시망을 통해 전 인민을 24시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전국적 시스템 구축이 그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안은 임의구금을 통해 인민을 길들이는 것이다.

툭하면 저명인사가 어느 날 사라진다. 공산당 고위간부에서, 군 장성, 재벌 총수, 그리고 국민적 스타에 이르기까지. 이런 정황에서 언론인, 인권운동가, 반체제인사들이 증발되는 것은 예사다. 인민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위해서가 우선의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시진핑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벌써 오래됐다. 중국의 극심한 인권탄압사태, 특히 위구르 자치구, 티베트 등 소수민족에 대한 베이징의 야만적 박해행위는. 그런데도 국제사회는 침묵을 지켜왔다. 세계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었다.

그 중국의 인권문제에 최근 들어 비판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중국관련 보고서도 그 하나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중국의 인권박해 상황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다. Enough is enough.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국 곪아 터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맥락에서 봐야 할 것이다.” 많은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한참동안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그러다가 워싱턴이 결국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진단이다. 그러니까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갈등은 더 심각한 상황으로 번져간다는 거다.

어느 쪽 진단이 맞을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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