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오이드 남용의 위기

2018-10-09 (화)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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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문명국들 중 유일하게 민간인의 총과 탄약 소유가 헌법상의 권리로 되어있는 미국이 대량살인의 위기를 안고 사는 것은 당연한 인과다. 미국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산적해있지만 오 피오이드(합성마약 진통제)의 위기는 화급하다. 작년에 진통제 남용으로 죽은 미국인의 수가 월남전의 미군 전사자들(5만8,220명)보다 많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9월30일 CBS의 60분(60 minutes) 뉴스 프로그램이 오피오이드 위기에 대해 심층보도했다. 빌 위타커 기자가 지난 7월 플로리다 주에서 오피오이드를 마구 처방한 결과 플로리다 주의 가장 악명 높은 마약거래자의 하나로 기소되고 재판결과 157년의 형기를 받은 배리 슐츠와 기타 유관인물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슐츠는 인터뷰에서 자기를 살인자라고 부른 검사의 주장을 반박하고 자기는 희생양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을 살인자가 아닌 의술 시혜자로 본다면서 그는 만성통증 환자 들을 돕기 위해 합법적 진단과 처방을 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슐츠를 기소해서 재판결과를 도출한 데이브 애론버그 검사는 2000년대 초 플로리다의 관계법규 부재 아니면 미비 상태를 악용한 의사들의 통증센터에서 강력한 진통제들을 마구 처방하여 오피오이드가 널리 배포된 역사를 통탄한다. 2010과 2011년에는 플로리다에 통증진료소의 수가 맥도날드 수보다 많았으며 어떤 군의 한 대로상에는 31개나 있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의 통증센터 의사들이 오피오이드 처방전을 써주면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중독성이 강한 약을 당장 살 수 있었기에 다른 주의 시민들이 95번 국도를 달려오곤 했다는 것이다.


연방정부의 기록에 의하면 슐츠의 한 환자는 7개월 동안 최고성능의 옥시코돈을 1만7,000여정 처방받았고, 또 다른 사람은 8개월 사이에 2만3,000정이 넘게 처방받았다니 하루에 100정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그 환자들이 오피오이드를 다른 사람들에게 밀매하여 마약상습의 도구를 삼았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슐츠 자신이 오피오이드 처방과 판매로 하루에 6,000달러 이상 벌었다는 것이다.

슐츠의 환자 중 하나로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4년 이상 오피오이드 처방을 받았던 젊은이가 검진도 없이 새 처방을 받아 산 오피오이드 과용으로 죽은 사건도 있다. “그는 의사가 아니라 살인자다...그는 펜을 사용해서 내 아들을 죽였다”라는 그 어머니의 절규가 미국 오피오이드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CBS의 60분 프로그램은 또한 플로리다에 옥시코돈의 66%를 공급한 약품분배 회사 말린크로트를 지목한다. 아론버그 검사는 “말린크로트 회사가 인구 2,000만명 뿐인 플로리다에 5억정의 옥시코돈을 보냈다. 플로리다 거민 한 사랑 당 25정씩이라는 이야기다”라고 개탄한다.

연방법에 의하면 의사의 처방이 너무 많아 의심스러운 경우 제약회사나 분배회사에서 보고하도록 되어있는데 말린크로트 회사에서 4만4,000여정의 의심스러운 거래들을 하나도 보고하지 않았기에 연방법무성 마약 단속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단다. 단속청은 조사결과를 연방검찰에 넘겼지만 싸움결과가 불분명한 사건이 너무 질질 끌 수 있음을 우려한 검사들이 그 회사와 법정 밖의 타결을 했다는 것이다. 그 사건이 끝까지 진행되어 정부가 승소했을 경우 24억 달러를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데 단돈 3,500만달러에 해결했다고 비난하는 전문가가 있다.

감옥에서 죽을 슐츠의사, 제약회사, 분배회사들은 사회와 시민들에 대한 책임은 완전히 망각하고 눈앞에 보이는 돈과 이득만을 추구하다가 나라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기에 지탄받고 조사와 감독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 개개인은 어떠한가. 신문보도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주의 한인의사들 중 60여명이 지난 5년 동안 오피오이드 처방 남용으로 의사면허를 빼앗겼단다. 힘들어 취득한 면허를 일확천금의 유혹으로 취소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부모들은 자녀가 나쁜 친구에 빠져 오피오이드에 중독되는 일이 없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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