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간섭’이 싫으면 홀로 서야

2018-10-03 (수) 김철수 사회부 차장
작게 크게
LA 한인회관 건물을 관리하는 한미동포재단이나 최근 윌셔사립초등학교 폐교 사태로 문제가 되고 있는 남가주 한국학원 등 한인사회에서 분쟁과 논란이 발생한 기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국 정부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지원금을 받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부 문제로 분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국 정부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LA 총영사관의 입김이 작용하게 되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남가주 한국학원의 경우 이사회와 총영사관이 윌셔사립초등학교 폐교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며, 한미동포재단 이슈는 정상화를 위한 이사회 구성에 있어 또 다시 커뮤니티와 총영사관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350만 달러의 한국 정부 재정 지원이 이루어진 남가주 한국학원과 현 LA 한인회관 구입 당시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정부 자금이 투입된 한미동포재단 문제에 대해 정부 입장을 대리하고 있는 총영사관은 설립 취지에 맞는 정상화 방안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총영사관의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인회관과 한국학원 부지 모두 한국 정부의 지원금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지만 해결방안을 놓고 현실적으로 총영사관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역사적으로 시설 매입 당시에는 한국 정부의 도움이 절실했으나 이후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오르자 관련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를 대리하는 총영사관의 개입에 대해 불만은 갖는 관계자들의 태도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먹고 살만 해지니 도움을 받을 당시의 고마움 보다 집안싸움에 외부인의 간섭이 귀찮아진 형국이다.

한인회관 등 매입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당시에는 동포사회의 공익 등 명목을 내세웠지만, 이후 ‘견물생심’이라는 말대로 막상 시설이 마련되면 운영권이나 사용 방안 등에 대해 입장차를 보이며 또 다른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주 한인사회에서 진행하는 공익 프로젝트 가운데 한국 정부의 작은 지원이라도 절실한 단체들이 많겠지만, 커뮤니티에 자신의 재산을 일정 부분 기부하기가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한국 정부의 공짜 지원금을 기대하는 단체들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우리 부모와 가족들의 세금인 한국 정부 지원금을 받은 뒤 해외 한인사회의 현안에 대한 ‘간섭과 참견’이라는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다소 이기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십시일반 조성된 한인 사회의 기금이 중요하듯 한국 정부의 기금도 우리 가족들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총영사관의 이런저런 간섭이 싫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지원금을 받지 않는 것이다. 오직 경제적 독립만이 모든 정책 결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관련 인사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김철수 사회부 차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