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

2018-09-25 (화) 황인숙 (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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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나는 나 자신의 찌꺼기인가?

아직 나 자신인가?


아니, 고쳐 물어보자

나는 나 자신의 찌꺼기인가?

나 자신인가?

황인숙 (1958- ) ‘나’ 전문

살다가, 열심히 살다가 문득, 나는 무얼 위해 살았나 하는 의문이 날 때가 있다. 꼭 무엇을 위해서 혹은 누구를 위해서만 살아온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삶을 산 것인가 타자들의 삶을 살아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는 것이다. 열심히 달려온 생의 주자들에게 오는 지당한 이 의문. ‘나’는 ‘나 아닌 나’를 살아주고 남는 찌꺼기가 아닐까 라는 자아의식은 독특하다. 지극히 정확한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무엇이고 나의 찌꺼기는 무엇인가. ‘나’라는 자아는 아집의 자아고 ‘나는 나의 찌꺼기’라는 자아는 다 낡도록 열심히 살아서, 헐겁고 자유로운 자아가 아닌가. 임혜신<시인>

<황인숙 (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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