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양회담 성과 북미대화로 이어져야

2018-09-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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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 쏠린 미주 한인사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한인들은 이번 회담이 남북관계에 획기적 전환을 이뤄내고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살려내는 전기가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며 시시각각 평양에서 전해져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일단 3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간다”는 것을 골자로 한 ‘평양선언’을 통해 ‘한반도 빅딜’의 중요한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천명한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신뢰와 관련, 대단히 의미 있는 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 결과를 낳았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즉각 북미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와 미국의 화답으로 금년 말까지 남북, 그리고 북미 사이에 숨 가쁜 외교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주 유엔총회기간 동안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평양회담 합의를 바탕으로 북미 간 중재를 계속하게 되며, 순조로울 경우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다음 달 워싱턴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 만약 워싱턴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되고 뒤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까지 성사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한인들은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북한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평양 도심의 외형적 변화 뿐 아니라 외부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것이 엿보였다 ‘평양선언’ 내용을 가감 없이 내보낸 북한 관영언론 보도와, 15만 군중 앞에서 행한 문 대통령의 연설은 이것을 확인시켜 주는 장면들이었다. 이렇듯 북한은 변하고 있는데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한번 되돌아 봐야할 때다.

한인들의 정치적 이념과 성향이 똑 같을 순 없다. 하지만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염원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 정상회담 성과가 북미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성원을 보내면서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남과 북 정상이 백두산에 오른 날 천지의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남북미 관계에 오랜 세월 드리워있던 어두운 먹구름이 걷혀 20일의 백두산 하늘처럼 청명해질 그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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