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원숭이에게 시 가르치기’

2018-09-20 (목) 제임스 테잇(19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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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에게 시 가르치기’

신정연,‘Sound of leaves A’

그들이 원숭이에게 시쓰기를
가르치는 것
별로 힘들지 않았다:
먼저 의자에 끈으로 묶고
연필은 손에 매어주었다
(종이는 이미 못 박아 놓았다).
닥터 Bluespire가 어깨를 기울이며
그의 귀에 속삭여주었다:
“어떤 신이 하나 앉아 있는 거 같구나.
뭘 좀 써보는 게 어때?“

제임스 테잇(1943- ) ‘원숭이에게 시 가르치기’ 전문
임혜신 옮김

원숭이를 보편적 인간인 ‘우리들’이라고 생각해보면, 글을 쓰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외계적 힘, 신적 행위다. 글을 쓴다는 것은 강요된 진화 혹은 변화의 한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21세기는 배워온 행위, 강요 받아온 행위 전반에 관해 회의가 막바지에 온 시대다. 학업에서부터 자발적으로 보이는 진화까지 다 그렇다. 우리가 만일 신의 방, 신의 의자에 묶인 원숭이라면 지식과 감성과 자유와 예술, 그 모든 갈망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신(God)은 왜 원숭이를 신(a god)같다고 추켜올리며, 신처럼 생각하고 고뇌하고 쓰라고 한 걸까. 어쩌면 시는 쓰지 않아도 되었다. 우린 어쩌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되었던 거다. 임혜신<시인>

<제임스 테잇(19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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