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솟는 렌트비, 대책은 없나?

2018-09-19 (수) 박주연 사회부 차장대우
작게 크게
가파른 렌트비 상승으로 LA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LA에서 렌트비를 지불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저소득층 뿐만이 아니다. 중산층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이 평균 아파트 렌트비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월 수입의 50% 가까이를 소비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 질로우에 따르면 이 비율은 전국의 35개 대도시 가운데 LA가 가장 높다. LA의 경우 렌트비가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5년부터 2000년까지는 36%였지만 현재는 당시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또 올해 상반기 기준, 저소득층 주민이 LA 지역 렌트비 중간값을 감당하려면 월 수입의 무려 121%를 지출해야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소득층의 경우 룸메이트를 찾거나 직업을 두개 이상 갖는 등의 노력 없이는 월급으로 렌트비조차도 내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는 주거비를 제외한 필수 생활비를 고려해 주거비는 매달 소득의 30%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매년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는 렌트비로 인해 LA 주민들에게 이 공식이 깨진 것은 오래 전이다.

실제로 LA 다운타운과 한인타운 중간지점에 거주하는 한 지인의 경우 렌트비가 일년 새 10% 이상이 올랐다며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있다. 지금도 렌트비가 한달 수입의 60 %이상을 차지해 매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렌트비에 전기세, 물세 등 각종 유틸리티까지 더하면 한 달 일해서 전부를 오롯이 주거관련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높은 렌트비로 인해 일년 내내 풀타임으로 열심히 일하면서도 빠듯한 생활을 해야 하고, 상황은 해가 지나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LA를 떠나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려 중에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카운티 내 직할구역의 아파트와 임대 주택들에 대해 한시적으로 렌트비 인상을 규제하는 렌트 컨트롤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조례가 시행 중인 상태에서 새 렌트 계약을 맺게 되면 최대 인상폭이 3%가 된다.

이번 안건이 최종 통과되면 6개월 동안 시행되는데 비록 한시적이지만 주거비 인상이 LA카운티의 심각한 노숙자 수 증가와 직결된다는 판단 하에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법안 추진에 나서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파트와 주택 건물주들이 렌트비를 급격히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렌트 컨트롤’ 규제를 최신 건물까지 확대하자는 내용의 주민발의안이 오는 11월 선거에 상정된 상태다.

각 지역 정부가 렌트 컨트롤을 통한 렌트비 규제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시적이고 단발적인 규제안은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 주거비 안정을 위한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며 노숙자 증가율 역시 잡기 어려울 것이다. 주거비의 가파른 상승을 저지하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박주연 사회부 차장대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