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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력 보다 사고력” 146년전부터 글쓰기 가르친 하버드

2018-09-10 (월)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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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년들 수강 필수, MIT는 글쓰기에 연 20억 투자

“나는 밤마다 밤을 먹는다.”

과거에는 이 문장을 번역 소프트웨어에 맡겨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가 불가능했다. 컴퓨터가 어두운 밤과 먹는 밤을 구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통번역 소프트웨어는 신경망 번역(NMT) 기술을 도입해 과거의 기계에는 어려웠던 문장도 제대로 번역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먹는 ‘육회’를 ‘여섯 번’(six times)으로, ‘곰탕’을 ‘곰 수프’(bear soup)로 식당 메뉴판에 싣는 사태도 면할 수 있게 됐다. 기계적인 번역이 아니라 글의 맥락을 파악하는 번역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계가 통번역가처럼 정확하고 섬세한 번역을 하게 되는 날이 올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금까지처럼 온 국민이 어린 시절부터 영어·중국어를 배우느라 전전긍긍하며 사회적인 낭비에 공을 들일 필요는 훨씬 줄어든다. 통번역뿐만 아니라 기존의 단순한 노동은 앞으로 기계와 인공지능(AI)이 도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 창의력이다. 앞으로 인재 시장에서는 영어 단어를 잘 외우는 능력보다는 어떻게 AI가 ‘밤’을 구별할 수 있을지 해답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대접받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의 핵심은 토론과 글쓰기다. 선진국 교육 시스템에서 오래전부터 중시해온 소양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1872년부터 운영돼온 ‘하버드 글쓰기 프로그램’은 오프라인 글쓰기 센터와 온라인 글쓰기 교육 플랫폼, 하버드 글쓰기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된다. 수업 과제나 논문 등을 작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교육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버드대 재학생으로서 수년에 걸쳐 글쓰기와 생각하는 능력을 검증받는 과정에서 다양한 자원을 제공한다”는 것이 하버드대 측의 설명이다. 하버드대 1학년들은 글쓰기 강의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단순히 문과 대학뿐만 아니라 매사추세츠 공대(MIT) 같은 공과 대학도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운영하며 매년 200만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글과 소통하는 능력을 통해 공유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행보다. 이렇게 훈련된 능력이 졸업 후에도 빛을 발한다는 연구 결과 역시 있다.

최근 심리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성격과 사회심리학’을 통해 발표된 독일 튀빙겐대와 휴스턴대,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단순한 학교 성적이나 지능, 부모의 경제적 지위보다 독서량과 작문 실력 등이 졸업 후의 소득 수준과 안정적인 노후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글쓰기와 생각하는 능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비슷하게 단순 암기식·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겪어온 일본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20년 기존의 객관식 대입 시험을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일본 삿포로에 위치한 시립 가이세이중등교육학교처럼 토론과 논술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을 도입한 사례도 눈에 띈다.

국어·영어·수학 문제집을 푸는 방식이 아닌 그룹별로 복잡한 수학 방정식의 답을 찾는 다양한 방식과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토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학급회의 시간에는 ‘위험에 도전하는 태도와 방식’ 등을 자유롭게 토론하기도 한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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