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이 없었다’
2018-09-06 (목) 12:00:00
구재기 (1950- )

한석란, ‘Inner Flares 8’
마지막 판에 이르러서야
도시로 갈
보퉁이를 풀던
이웃집 순이가
바보였음을 알았다
좁은 목으로 콸콸콸 퀄퀄퀄
물 쏟아지면서
나무도 풀도 없는 허허 들판
자갈처럼 구르던
이웃집 순이의 눈물이
눈물이 아님을 비로소 알았다
1987년 7월 21일
충남 서천지방 강우량
673mm
대책이 없었다
구재기 (1950- ) ‘대책이 없었다’ 전문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대책이 없는 순간이 온다. 한 번 두 번 세 번. 순이가 왜 도시로 갈 보퉁이를 싸야했는지, 그 보퉁이 안에는 어떤 슬픔과 한이 들어있었는지, 눈물을 폭우처럼 쏟으며 왜 도로 짐을 풀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녀의 슬픔과 한이 밀물처럼 밀려올 뿐이다. 생의 난감한 교차로에서, 떠나지 못하고 남는 여자, 그녀는 바보 같고 순정하고 인간적이다. 인간적인 것은 대개 이렇게 아프고 슬프고 따스한 것이었다. 바보 순이야, 강수량 높았던 너의 1987년 이후, 부디 너의 마을에 눈물의 강수량이 더는 높아지지 않았었기를...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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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19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