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지개’

2018-08-28 (화) 12:00:00 김신용(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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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강영일,‘Overcome 1432’

살과 살이 맞부딪칠 때 쏟아지던 소나기 그친 뒤
거기 피어오르던 무지개를 보았나요

양동 뒷골목, 그 음습한 그늘에 웅크린 아이에게
콘돔 심부름을 시키는 어머니의 손짓 따라

약국을 향해 무지개의 다리를 건너가던
깡총 걸음을 보았나요

그 무지개 스러진 뒤, 사라져 버린 아이를 찾아
미친 듯 거리를 헤매는 늙은 창녀의 몸부림을 보았나요

김신용(1945- ) ‘무지개’ 전문

위키백과에 의하면 김신용 시인은 14세의 나이에 부랑을 시작, 1987년 보도블럭을 깔던 일용직 노동자 시절에 우연히 인사동에서 막걸리를 마시다가 시인이 되었다고 한다. 모든 버려진 것들을 사랑해야 했었다는 시인 자신의 말처럼 이 시는 늙은 창녀와 그녀의 아이, 그리고 그들 위에 무지개처럼 깡총거리며 잠시 피어났다 이내 사라져버린 비극적 생을 보여주고 있다. 비극도 한 순간은 무지개처럼 빛난다. 시라는 옷을 입고 세상의 어두운 곳에 핀 인간의 절망과 꿈이 아무 방어도 없이 찢어진 몸을 드러내고 있다. 임혜신<시인>

<김신용(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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