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력 신장, 풀뿌리 참여에 달렸다

2018-08-22 (수)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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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가 결집된 힘을 선보이며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분리안을 압도적으로 저지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지난 6월 주민의회 분리안 반대 투표는 데이빗 류 LA 시의원 당선 이후 몇 년간 정치력 신장이라는 자만감에 취해있던 한인사회의 정치적 현주소를 뒤돌아보고 한인 커뮤니티가 나아가야할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방글라데시 커뮤니티는 인구수만 놓고 보면 LA 거주 한인수의 50분의 1 정도로 미약하지만 지난 2008년 한인타운내 방글라데시 타운 설립 추진 이후 10년 만에 다시 한인사회 절반에 해당하는 구역을 ‘리틀 방글라데시’로 지정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한인사회는 정계 진출 분야에서 지난 10년 동안 LA 시의원과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주 하원의원 등을 배출하는 업적을 남겼지만 방글라데시 커뮤니티의 갑작스런 분리안 청원운동 대한 사전 대응조차 하지 못하는 등 또 다른 면에서는 정치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이슈는 물론 한인타운 내 노숙자 임시 거주시설 설치 이슈와 맞물리면서 한인타운을 지키기 위해 한인사회가 힘을 모으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와 함께 평소 각종 정치적 도전에 대처하는데 미숙한 한인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리틀 방글라데시 사태 이후 2개월 동안 한인사회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신설을 막기 위해 한인 1.5세와 2세들을 중심으로 한인타운 지킴이가 출범해 LA 한인회와 연대하며 다양한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LA 한인회는 노숙자 임시 거주시설과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신설 등 정치적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로 10지구에 한인 시의원 배출을 위한 유권자 등록 캠페인 전개를 알렸다.

이와 함께 데이빗 류 LA 시의원 역시 방글라데시와 같은 소규모 커뮤니티가 독자적으로 주민의회 분리를 추진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위해 청원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4년내 재추진을 금지하는 개혁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주 LA 한인타운에서는 주민의회의 구조와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위해 한인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LA 한인회와 한타 지킴이 몇몇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참여한 일반 한인들은 거의 없었다.

이날 공청회는 커뮤니티 이해관계자(Community Impact Stakeholder) 관련 정의 및 규정 수정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자리였지만 정작 목소리를 높이고 의견을 피력해야할 한인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치력 신장은 어렵지만 생각만큼 대단한 것만은 아니다. 시의원과 주의원, 연방 의원 등 수퍼스타 정치인들도 필요하지만, 주민의회와 대의원과 같은 자치 및 민의 수렴기구에서 활동하는 것도 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치력 신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한인사회 구성원들이 보다 폭넓은 의미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해본다. 한인 정치력 신장은 풀뿌리들의 참여에 달려 있다.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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