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항서 매직’ 일본 꺾었다

2018-08-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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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 게임 베트남 축구 1-0 승리로 조1위

▶ 전반 3분 만에 선제골… 조별리그 3전 전승

‘박항서 매직’ 일본 꺾었다

1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봐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베트남과 일본의 경기에서 베트남 공격수가 드리볼 하고 있다. [AP]

‘박항서 매직’이 난적 일본마저 무찔렀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D조 마지막 3차전에서 일본에 1-0으로 승리했다.

일찌감치 나온 선제골로 잡은 리드를 끝까지 잘 지켰다.


앞서 파키스탄, 네팔을 꺾고 일찌감치 3회 연속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베트남은 일본마저 누르면서 3전 전승, D조 선두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베트남의 16강 상대는 B, E, F조의 3위 가운데 한 팀이다.

비교적 수월한 상대를 만나게 될 박항서 호가 16강을 통과하면 아시안게임 첫 8강에 진출하며 다시 한 번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쓴다.

만에 하나 한국이 20일 키르기스스탄에 져서 E조 3위가 될 경우 16강에서 두 팀이 격돌할 수도 있다.

한국이 조 2위를 지키고 두 팀이 모두 16강, 8강을 통과하면 준결승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

이날 베트남의 일본전 승리는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던 결과였다.

비록 일본이 2020 도쿄 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와일드카드도 없이 21세 이하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꾸리긴 했으나 객관적인 전력상 베트남에 한참 앞선 팀인 것은 분명했다. 성인 대표팀을 기준으로 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선 일본이 55위, 베트남은 102위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도 일본은 금메달과 은메달을 한 번씩, 동메달을 두 번 목에 걸었고, 베트남은 2010년, 2014년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베트남 선수들에겐 랭킹이나 역대 전적이 무의미했다.

이날 베트남은 응우옌 꽝 하이가 전반 시작 3분도 지나지 않아 선제골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붉은 옷을 맞춰 입은 베트남 관중은 환호했고 ‘니폰’을 연호하던 일본 관중은 말을 잃었다. 꽝 하이는 일격을 맞은 일본이 채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전반 5분 다시 한 번 슈팅을 날려 일본 선수들을 긴장시켰다.

초반 점유율은 일본이 앞섰지만 날카로운 역습으로 잇따라 골문을 공략한 쪽은 베트남이었다.

일본이 실점 이후 흔들리면서 초반 7대 3 수준이던 점유율도 점차 대등해졌다. 전반 슈팅 개수는 베트남이 10개(유효 4개), 일본이 1개(유효 1개)로 베트남이 압도적이었다.

후반 들어 일본의 공세가 강해졌지만 동점 골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몇 차례의 기회가 베트남의 밀집 수비나 부이 티옌 덩 베트남 골키퍼의 몸을 날린 선방에 막혔다.

결국, 추가 골 없이 전후반 90분이 흘렀고, 종료 휘슬이 울리자 박항서 감독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한편 아시아 강자를 자처하던 한국과 일본이 한참 아래로 평가하던 동남아 축구에 나란히 일격을 맞은 것이다. 두 팀의 패전 과정도 비슷했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일본은 3분 만에 어이없게 실점했다. 손 써볼 틈도 없이 쉽사리 내준 선제골이었다. 실점 이후엔 제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다. 경기 후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초반에 실수로 실점한 후에 베트남에 모멘텀을 주면서 게임이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좋은 팀이고 나이 많은 선수들도 있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다”며 “오늘 부족한 점을 교훈 삼아 16강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일본은 16강에서 우리나라에 ‘반둥 쇼크’를 안긴 말레이시아와 만난다.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말레이시아전은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도 “말레이시아가 강팀 한국을 이겼기 때문에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뼈아픈 패배가 미리 맞은 예방주사가 될지, 아니면 아시아 축구의 판도 변화를 알리는 서막이 될지는 16강 이후에서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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