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둥 쇼크’ -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2018-08-18 (토) 김동우 기자
작게 크게

▶ 한국, 전반에 2골 내줘 말레이시아에 1-2 충격패

▶ 최종전 이겨도 조 2위…16강서 이란과 만날 코스

‘반둥 쇼크’ -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말레이시아 선수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손흥민(왼쪽)과 황희찬(가운데) 등 한국선수들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필드를 나서고 있다. [연합]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2연패를 노리던 한국 대표팀 김학범호가 말레이시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벤치에서 출발한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후반전에 긴급 투입됐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한국 U-23 대표팀은 1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에서 벌어진 말레이시아와 대회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전반에만 2골을 내주고 1-2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1승1패(승점3)가 된 한국은 2승의 말레이시아(승점 6)에 이어 E조 2위로 떨어졌다. 키르기스스탄과 바레인은 이날 2-2로 비겨 나란히 1무1패(승점1)를 기록, 조 3, 4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오는 20일 키르기스스탄과 최종전을 갖는데 여기서 이기고 말레이시아가 바레인에 패해 동률이 되더라도 승자승 원칙에 따라 조 1위는 불가능하다. 결국 말레이시아는 조 1위가 확정됐고 한국은 현재로선 조 2위가 유력한데 이 경우 16강전에서 F조 1위와 만나게 된다. 현재 F조는 이란과 사우디가 나란히 1승1무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이날 북한을 3-0으로 완파한 이란이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학범호로선 예상보다 훨씬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경기였다. 좌우 윙백의 수비 가담이 적은 상황에서 스리백이 상대 역습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김학범 감독은 이날도 손흥민을 벤치에 앉히고 바레인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황희찬(잘츠부르크)을 투톱으로 내세운 3-5-2 전술로 나섰다. 스리백은 1차전과 똑같은 황현수(서울)-김민재(전북)-조유민(수원FC)이 나섰지만 골키퍼로 바레인전에서 맹활약한 월드컵 스타 조현우(대구) 대신 송범근(전북)이 선발 출장하는 등 1차전에 비해 6명이 바뀌는 로테이션을 단행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어이없는 골키퍼 실수로 선제골을 헌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상대 골키퍼가 길게 찬 볼이 페널티박스 안까지 날아와 높이 튀어 오르자 골키퍼 송범근이 뛰어나와 잡았지만 착지 과정에서 땅에 부딪치며 볼을 놓쳤고 이를 말레이시아의 무함마드 사파위 라시드가 재빨리 낚아채 텅 빈 골문 안으로 차 넣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초반 실점을 내준 한국은 좀처럼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패스는 성급하고 부정확했고 미드필드에서 빌드업으로 전진하는 대신 후반에서 수비 뒤 공간을 노린 긴 패스 시도가 자주 나왔으나 거의 대부분이 그대로 골라인 아웃되는 등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간간히 만들어낸 찬스에선 마지막 슈팅이 부정확했다. 전반 12분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때린 김건웅의 슈팅이 빗나간 것과 17분 황희찬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꺾어준 크로스를 황의조가 바로 때렸지만 크로스바를 넘어간 것, 그리고 33분 김정민가 원투패스로 중앙을 돌파한 황희찬이 골문 바로 앞에서 때린 슈팅이 골키퍼에 막힌 것, 39분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김정민의 슈팅이 왼쪽으로 빗나간 것 등이 아쉬운 장면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해프타임 직전 집중력 상실이 재앙을 불러왔다. 전반 종료 직전 한국 진영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사파위 라시드는 황현수를 제치고 페널티박스 오른쪽 바로 외곽에서 한 탬포 빠른 슈팅을 시도했고 볼은 한국 왼쪽 골대에 맞고 튀며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전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정말 뼈아픈 추가골이었고 결국 이 한 방이 치명타가 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김학범 감독은 김건웅을 빼고 황인범(아산무궁화)을 투입하며 중원을 강화했고 여전히 경기가 풀리지 않자 결국 손흥민까지 내보냈다. 손흥민은 2선 공격수 자리에서 공격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지만 2골 리드를 잡은 말레이시아가 전원 수비로 돌아서면서 좀처럼 돌파구가 열리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후반 43분 이진현이 절묘한 칩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오른발 슈팅으로 한 골을 만회했으나 끝내 두 번째 골은 얻지 못하고 충격적인 패배를 떠안았다. 유일한 목표인 금메달을 향한 한국의 도전은 이제 가장 험난한 코스로 방향을 틀게 됐다.

<김동우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