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벽’

2018-08-16 (목) Galway Kinn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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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박다애,‘무제’

해 뜨기 직전
갯벌의 진흙 속을
몇 십 마리 불가사리가 기어간다
마치 진흙이 하늘이기라도 한 듯
수많은, 불완전한 별들이
천천히 가로질러 간다
천국을 가로지르는 진짜 별들처럼.
그러더니 갑자기 함께 멈춘다,
중력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갑자기 커지기라도 한 듯
가라앉는다 흙속으로, 스며들어
움직이지 않는다 ; 핑크빛 해가
그들을 가로질러 떠오를 즈음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새벽의 진짜 별들처럼

Galway Kinnell ‘새벽’ 전문
임혜신 옮김

불가사리는 영어로 Starfish다. 생김새가 별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Star와 Starfish, 이름은 비슷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다른 존재다. 천공에서 빛나는 별들과 갯벌을 기어 다니는 작은 생명. 아침 해가 뜨면 그들은 똑 같이 사라진다. 별들은 하늘 속으로 불가사리는 진흙 속으로. 불가사리는 별 같고 별은 불가사리 같다. 시인은 불가사리를 보며 불가사리와 별 중, 누가 진짜 별일까를 생각해 보았을까. 그는 별에게서는 살과 생명을, 불가사리에게 별의 빛남과 영원성을 읽는다. 그들은 둘 다 고단하고 빛나는 이 우주속의 존재가 아닌가. 아침이면 빛 속으로 사라지는 그 어떤 생명체, 그들은 어쩌면 너무 같은 존재다. <임혜신 시인>

<Galway Kinn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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