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러기’

2018-08-09 (목) Mary Ol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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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좋은 사람 아니어도 돼요

수백 마일 사막을, 참회하며

무릎으로 기어다지지 않아도 돼요


당신 속의 보드라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그저 사랑하게 하면 돼요

절망에 대해 말해보세요, 당신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해주죠.

그러는 동안에도 세상은 굴러가고

태양과 조약돌같은, 투명한 빗방울이

풍경을 지나가죠.


드넓은 풀밭을 지나 깊은 숲과 산과 강을 가로질러,

그리고 기러기는 맑고 푸른 허공을 높이 날아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당신에게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죠

기러기처럼 당신에게 수없이 알려줍니다, 거칠고 달뜬-

이 세상 속, 당신의 장소를

Mary Oliver ‘기러기’

임혜신 옮김

메리 올리버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죠. 많은 시인 예술가들이 분노와 불안을 과대 조명하기도 하는데 그녀는 포용과 용서, 사랑과 자유를 독자들에게 선물하고자 하죠. 상상의 빛나는 날개가 무거운 육신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그녀의 시는 밝은 눈뜸이라는 일종의 내면 혁명이죠. 구조에 저항하는 사회적 혁명이 아니라 영혼의 풍요와 자유를 부추기는 개인적 혁명말입니다. 그녀는 말해주는군요, ‘소중한 당신, 자연에 귀 기울이세요, 그러면 싱싱하고 다양한 그들의 생명력이 당신을 감싸 안을 것입니다’ 라고.임혜신<시인>

<Mary Ol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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