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를 넘어선 트럼프의 ‘부자감세’

2018-08-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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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총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음에도 트럼프에게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자본이득을 계산할 때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줄여줘 세금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연방의회를 거치지 않고 재무부의 독자적인 조치를 통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의 감세효과는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감세혜택의 거의 대부분이 극소수 부유층에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중립적 분석에 따르면 1,000억달러 감세효과 중 무려 97%가 상위 10%의 몫이고 단 3%만이 하위 90%에게 돌아간다. 더 놀라운 사실은 0.1%의 ‘수퍼리치’가 혜택의 70%를 가져가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감세안에 대해 “서민들에게 푼돈을 안겨주면서 부자들은 목돈을 가져간다”는 비판이 거셌는데 이번 감세안은 그보다도 더 노골적인 ‘부자감세’라 할 수 있다. 합법성 논란과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이 감세안을 밀어붙이는 데는 나름의 속셈이 있다. 트럼프 자신과 부자 내각 인사들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보게 된다. 거기에 더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유층 공화당 지지자들의 후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도박이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다. 연방의회를 거치지 않고 추진하려는 데서도 나타나듯 연방의원들과 유권자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그럴 경우 자칫 후폭풍을 부를 수 있다.

트럼프는 감세의 반짝 효과로 2분기 성장률이 괜찮았던 것에 상당히 고무된 것 같다. 하지만 경제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지나친 감세로 국가재정이 계속 악화되면서 2020년에는 적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천문학적 액수로 불어나고 있는 재정적자는 고스란히 후대로 대물림된다.

부자감세는 미국의 가장 큰 문제인 불평등을 한층 더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런 불평등이 미국사회의 건강성을 해치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또 경제가 괜찮을 때 재정적자를 줄여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침체에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를 강행할 경우 이 문제는 송사로 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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