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책 수행 어려워… 마음 비웠다” 결단 임박
▶ 사퇴 요구 단식 41일만에 설조 스님 병원행
단식 중인 설조 스님이 의료진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사실상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설정 스님의 사퇴를 촉구하며 41일간 단식 투쟁을 벌여온 설조 스님은 30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로써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처자 의혹과 서울대 학력 위조, 재정 비리 공방을 둘러싼 불교계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설정 스님은 지난 27일 단식 중인 설조 스님을 찾아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현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기자회견을 연 뒤 설조 스님 단식농성장을 찾아 이같이 말하며 “건강이 걱정되니 단식을 중단하시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종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조속히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즉각적인 퇴진 의사는 밝히지 않았으나 현재 종단 안팎 분위기를 고려하면 설정 총무원장은 결국 물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설정 스님은 지난 10일에도 설조 스님을 찾아 단식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설정 스님은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에서 마련한 방안을 통해 종단 개혁에 나선다는 입장이었으나 보름여 만에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설정 스님은 이날 거취 결정과 관련해 “종헌종법 질서가 존중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종정 예하, 원로의원 스님, 교부본사 주지스님, 중앙종회의원스님, 전국비구니회 스님 등 종단 주요 구성원들의 의견에 따라 거취를 정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 신뢰가 갈수록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상황을 목도했다”고 말했듯이 현재 상황에서는 총무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마음을 비웠다”는 말도 결국 본인 스스로는 결단을 내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설조 스님은 단식 41일째인 30일 병원으로 이송됐다. 설조 스님은 이날 조계사 인근 우정공원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에서 검진을 받고 오후 3시 30분께 구급차에 실려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으로 향했다.
주치의인 이보라 녹색병원 내과 전문의는 "체중이 15% 이상 줄었으며 혈압이 떨어지고 부정맥 빈도가 높아졌다"며 "더 단식을 유지하면 생명이 매우 위험한 상태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설조 스님은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주위에서 설득해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설조 스님은 단식장을 떠나기에 앞서 대변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스님은 먼저 "그동안 큰스님들이 침묵하고 최고지도자들이 감당해야 할 역할을 방기했다"며 "최고위 스님들이 사기 협잡 집단의 수괴가 아니라 청정 승가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량한 다수 스님이 일어나 종단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단식을 하면서 재가불자들이 교단을 바로 세우자고 외쳤던 것이 가장 보람됐으며, 앞으로도 청정 승가 건설에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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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