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중해야 할 단기 어학연수

2018-07-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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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남가주로 영어공부를 하러온 한국학생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주선한 한국의 유학원에 모든 경비를 지불했는데, 현지에 와보니 연수 프로그램 등록은 물론 숙소 예약도 되어 있지 않아 학생들이 미아 수준으로 방치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 어학연수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파생된 부작용으로 학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UC 어바인 작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3일 남가주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공부할 생각에 잔뜩 부풀었을 초중고 학생들 그리고 동행한 학부모들은 상상도 못한 상황을 맞았다. 해당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등록도 되어있지 않고 호텔 예약조차 되어 있지 않더라는 것이 이들 학부모의 주장이다. 프로그램 신청비, 체류 경비 등을 한국의 유학원에 미리 납부했던 학부모들로서는 경악할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학부모들은 한국의 유학원 대표를 해당지역 경찰서에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문제의 유학원은 지난 1월에도 유사한 사건을 일으켰다. 경기도 일산 소재의 이 유학원은 겨울방학이던 당시 남가주 코스타메사의 한 사립학교에서 미국아이들과 같이 공부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홍보했고, 학생 21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유학원 측이 해당 학교에 학비를 지불하지 않아 학생들은 프로그램 중간에 수업을 포기해야 했다.


한국에서 영어공부 열풍이 불면서 방학 중 어학연수는 거의 필수코스처럼 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 유학원이고, 이들 유학원은 보통 현지 협력업체와 손잡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관련 협력업체가 남가주에만도 수십개로 추정되는 데, 몇몇 전통있는 어학원을 제외하고는 영세하다 보니 간혹 먹튀 같은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학연수 사기는 직접적 피해자가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만 마일 타국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버려지면서 받는 정신적 충격, 어른들에 대한 불신은 두고두고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학부모들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너도 나도 떠나는 어학연수 바람에 무작정 휩싸이다 보면 사전점검이라는 기본적 절차를 망각할 수 있다. 유학원은 믿을 만한지, 현지 연수 프로그램 내용과 진행 기관은 어떤지 꼼꼼히 짚어보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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