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파 vs 하느님파 등, 종파 나뉘어 불필요한 경쟁
▶ 교회의 일치성 회복해야
이정근 목사는 침례와 세례를 통합한 새 용어 ‘세침례’ 사용을 제안했다.
“영어로는 세례도 뱁티즘이고 침례도 뱁티즘이죠. 신약성경 원어인 헬라 말로 명사는 ‘밥티스마’이고 동사는 ‘밥티조’입니다. 한국교회 초기번역(1887년판)인 ‘예수셩교젼셔’에는 ‘밥팀례’라고 적혀 있습니다. 유독 오늘날 한국교회만 세례와 침례로 달리 번역해 쓰고 있습니다.”
교계 원로인 이정근 목사는 기독교 용어의 통일과 올바른 정의가 지닌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회가 하나 되고,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로 회복하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정근 목사는 남가주 지역에서 유니온교회를 개척하고 이끌다 지금은 원로목사로 섬기고 있다. 이 목사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어교육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지냈다. 또 대학교에서 교양국어와 문장론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교수를 역임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이 목사는 이미 여러차례 기독교 용어의 개선을 주장했고 상당한 열매를 맺은 바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도신경 개정판에서 ‘거룩한 공회를 믿사오며’를 ‘거룩한 공교회’로 바꾸는데 공헌한 일이다. 이 밖에도 성경번역, 찬송가 가사 수정, 주기도문 문장 정리 등에도 다각적으로 기여했다.
“한국교회에는 서구교회들에게 없는 갈등들이 몇 가지 있어요. 세례파와 침례파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뿐 아니에요. 하나님파와 하느님파, 교회당파와 성당파, 성경파와 성서파, 목사파와 목자파, 목회파와 사목파, 예배파와 미사파 등등 한국교회에서만 유난스런 경쟁을 벌이는 것과 같아요.”
하지만 세례파와 침례파의 갈등은 성경적도 아니고 하나님의 뜻은 더욱 아니라고 이 목사는 강조했다. 어느 것이 옳고 틀렸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례나 침례는 베풀어야 하지만 그 형식은 선택사항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세례와 침례를 합하여 ‘세침례’ (洗浸禮)라고 통일시켜야 합니다. 한국기독교 130여년 역사에 처음 내놓는 제안일 것입니다. 똑 같은 말을 세례와 침례로 갈라놓은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몸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고 회개해야 합니다. 교회의 일치성, 거룩성, 보편성, 사도성은 따로가 아니라 혼연일체를 이뤄야 합니다.”
이 목사는 말로는 합동, 통합, 연합, 일치를 외치면서도 “별 것도 아닌 일로 아귀다툼을 해 온 것이 바로 한국교회의 추악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제가 교회 이름을 연합을 뜻하는 영어 유니온으로 지은 것도 교회의 분열과 갈등이 너무나 깊은 상처를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표어도 영구적으로 ‘예수님처럼, 꼭 예수님처럼’으로 결정했고요. 교회는 싸우고 찢어지지만 않아도 저절로 부흥된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이니까요.”
이정근 목사는 목회는 물론 학계, 언론계 등에서도 활동해 시각과 관계의 스팩트럼이 남다르다. 또 다양한 교단을 거치며 넓은 경험을 쌓았다.
“어릴적 다니던 감리교회가 쪼개져 기독교장로회 소속이 됐고요 군대에서는 예장 통합 군목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유학 때는 침례교신학대학원을 다녔습니다. 교수 시절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총신대학교에서 특강을 인도한 적도 있죠. 신앙 고백에는 큰 차이도 없는데 한국교회는 분열과 갈등이 심했습니다.”
이정근 목사는 “세계는 무섭게 지구화 시대를 향해 달려가는데 한국교회만 세례와 침례를 나눠 쓴다는 것은 어떤 시각에서 봐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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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