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슬림 너무 많이 유입” 반이민 정서 확산, 극우당 지지율 점프

2018-07-20 (금) 채지선 기자
작게 크게

▶ 이민자 집중 지역선 갈등 조짐, 난민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

▶ 극우 스웨덴민주당 20% 지지율, 정부 구성에 참여할 가능성도

“무슬림 너무 많이 유입” 반이민 정서 확산, 극우당 지지율 점프

임미 오케손 극우 스웨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4년 총선이 끝난 뒤 선전을 자축하고 있다. 스웨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20% 이상의 득표율을 예상하고 있다. [AP]

“무슬림 너무 많이 유입” 반이민 정서 확산, 극우당 지지율 점프

사회민주당 소속 스테판 뢰프벤 스웨덴 현 총리가 지난 2014년 선거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무슬림 너무 많이 유입” 반이민 정서 확산, 극우당 지지율 점프

“갱단에 의한 폭력, 마약, 총격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요. 스웨덴인으로서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죠.조만간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이사를 가려고요.”

“무슬림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생각하는 스웨덴인들이 많아요. 이런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말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조용히 말을 꺼내죠. 사람을 돕는 일은 아주 멋진 일이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많이 유입되다 보니 그들을 돌봐야 하는 하나의 새로운 산업이 생겨났어요. 이제 국경의 문을 닫고 안에 있는 사람들을 돌봐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스웨덴 서남부 스코네주 말뫼의 이민자 지구인 로젠가드에 사는 조세핀 안구쏜(28)과 로저 키나스트(56)는 지난해 8월 캐나다 매체인 내셔널포스트에 각각 이렇게 말했다. 주민의 80%가 이민자인 이 곳에서는 스웨덴인과 이주민 간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물론 이 지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난민 문제는 오는 9월 9일 총선을 앞두고 스웨덴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매체인 CNB는 “스웨덴 선거 역사상 이민과 범죄가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반이민 정책을 표방하는 극우 정당이 2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난민을 환영해온 스웨덴에서 반난민 정서가 점차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인구가 1,000만명에 불과한 스웨덴은 2015년 16만명의 난민을 수용하는 등 인구 대비 많은 난민을 받아 들인 나라로 손꼽힌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7~18일 사이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서 12.9%의 득표율을 기록한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20%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스웨덴민주당은 2010년 의석을 처음 차지한 이후 2014년 12.9%의 득표율을 얻은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20%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아랍계 TV매체인 알자지라는 “이번 결과에 따라 스웨덴민주당이 처음 정부 구성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31%의 득표율을 얻어 집권에 성공한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의 경우 지지율이 24%로 내려 앉고, 23.3%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중도 우파 성향의 제1야당 보수당도 19%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치고 있다. 미국 에포크타임스는 “스테판 뢰벤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은 경제 호황에도 불구하고 지지도가 곤두박질쳤다”며 “폭력 범죄의 증가, 난민 위기 대처 실패 등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반이민 기치를 내건 스웨덴민주당은 난민 증가와 스웨덴 내 범죄 증가 현상을 연결, 스웨덴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 들고 있다. 난민과 범죄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밝혀진 게 없지만, 낮은 범죄율을 자랑하던 스웨덴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폭력 범죄가 급증한 것은 스웨덴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임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는 “이민이 스웨덴을 강간과 절도, 강제 결혼의 장소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사민당 소속의 모르간 요한슨 법무부 장관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중 다수는 스웨덴 사람”이라며 “교도소에 있는 시리아인과 아프가니스탄인은 각각 1%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범죄 증가와 난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위험한 일이 과거보다 많아진 건 사실이다. 2014년 5건에 그쳤던 수류탄 사고는 지난해 최소 20건이 발생했다. 폭력조직이 과거보다 더 쉽게 수류탄을 살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사고가 늘어났다. 수류탄 사고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은 BBC에 “어떻게 이런 일이 스웨덴에서 가능하게 된 것인지 정말 의문”이라며 “스웨덴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길에 떨어진 수류탄을 수류탄인지 알지 못하고 줍다 사고를 당했다.

총격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지난해 스웨덴에서 총 306건의 총격 사건이 일어나 41명이 사망했다. 2011년 사망자가 1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폴리티코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 된 총격은 이제 톱 뉴스로 다루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스웨덴 국민들이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 사이 많이 차가워졌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2월 9~19일 사이 1,030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 10명 중 6명은 지금보다 더 적은 수의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41%는 지금보다 상당히 많이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난민 문제가 본격화되기 직전만해도 난민 규모를 줄이자는 응답이 36%에 불과했다. 이민이 스웨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66%에서 44%로 줄었다. 반대로 이민이 스웨덴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비율은 13%에서 31%로 뛰었다. 마리 뎀커 고든브르크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극적인 변화”라며 “짧은 기간 내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웨덴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웨덴 웁살라대 리 베니히 비요크만 정치학과 교수는 블룸버그는 “선거 때까지 스웨덴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상당수가 총선에서 스웨덴민주당을 뽑기 위해 집권 사민당을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치 분석가인 티노 사난다기는 “이번 선거는 중요한 변화를 나타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스웨덴은 가장 ‘트럼프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고 언급했다.

하지만 스웨덴민주당의 부상에 우려의 시각도 많다. 혐오 감시단체인 엑스포에 따르면 스웨덴민주당의 친 나치적 활동은 2016년과 지난해 각각 3,660건과 2,064건에 달했다. 조나단 레만 엑스포 관계자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와 많은 부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웨덴 사회 일각에서는 난민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스톡홀름대 객원 교수인 이쉬티아크 아메드는 데일리타임스 기고에서 “무슬림 중 상당수는 억압적인 규범에 반대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웨덴에 도착한 사람들은 점진적인 태도와 가치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며 “당장 내일부터 일어나진 않겠지만, 스웨덴에서 교육 받은 다음 세대들은 스웨덴 주류 사회에 만족스럽게 통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