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톨레랑스’ 의 품격

2018-07-18 (수)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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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크로아티아의 선전이 감동적이었지만 ‘검은 이민자들의 팀’ 프랑스의 우승도 반이민정서로 들끓고 있는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프랑스의 우승은 이민자의 승리이자 ‘톨레랑스’로 그들을 포용한 프랑스의 승리이기도 했다.

주전 엔트리 23명 대부분이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게토’와도 같은 프랑스의 빈민촌 ‘방리유’(banlieues)에서 자란 ‘언더독’들의 성취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러시아 월드컵 출전한 여러 나라들이 이민자 선수를 보유했지만 프랑스만큼 이민자 선수가 주전 대다수를 차지한 나라는 없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 15명을 포함해 무려 21명이 이민자여서 말 그래도 ‘이민자 팀’ 그 자체였다.


러시아 월드컵 최고의 스타로 프랑스의 우승을 견인한 19살의 음바페는 카메룬 출신의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 어머니를 둔 이민자 2세였다, 또, 4강 결승골의 주인공 음티티는 카메룬 출신이며, 마투이디는 앙골라와 콩고 출신 부모를 둔 이민2세이며, 결승전서 결승골을 터트린 에이스 포그바도 역시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부모를 둔 검은 피부의 이민자다. 아프리카 출신은 아니지만 프랑스팀의 얼굴 그리즈만 역시 독일인 아버지와 포르투갈 어머니를 둔 이민자 2세이고, 심지어 20년전 선수로 월드컵 우승컵을 들었던 데샹 감독 또한 스페인 바스크 출신 부모를 둔 이민자의 후손이다.

특히, 대부분의 이민자 선수들은 아프리카나 아랍 출신의 빈민 이민자들이 밀집해 사는 소위 ‘방리유’ 출신들이다. 음바페는 파리의 방리유 중 하나인 ‘봉디’(Bondy) 빈민가 출신이다. 사실 ‘검은 피부 이민자들의 팀’ 프랑스 승리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프랑스 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치열한 이민 갈등 때문이다. 한때 프랑스는 ‘톨레랑스’의 나라로 불리며 ‘다문화 이민정책 성공의 상징’과도 같은 나라였지만 프랑스도 2002년 극우 국민전선의 급부상과 2005년 파리 빈민가 폭동을 겪으면서 이민자 통합실패라는 뿌리 깊은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 희망을 보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사회적 톨레랑스’ 그리고 지도자가 보여준 포용의 품격 때문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선수들에게 “여러분들이 어디서 왔는지 결코 잊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들의 출신배경과 문화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은 것. ‘무관용정책’(Zero Tolerance)으로 1살짜리 영아까지 이민법정에 세워 세계인들을 헛웃음 짓게 했던 트럼프와는 대조되는 장면이다.

‘톨레랑스’를 보여준 ‘이민자 팀’ 프랑스의 승리는 인종과 민족적 다양성이 사회의 모든 층위를 연결하는 강고한 힘이자 품격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며, ‘무관용 정책’으로 이민자를 비인간화하는 ‘반이민 증오 정서’에 대한 강력한 어퍼컷이다.

이제 이민 문제는 우리 시대 ‘인간권리’의 문제이자 목숨 걸고 사지를 탈출한 여성과 어린이, 남성과 가족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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