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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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이 듬뿍, 속살은 쫀득쫀득…

2018-07-18 (수) 12:00:00 황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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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터, 계란, 유제품 3無 , 건강식 대명사 ‘비건 빵’, 채식 소비자 늘며 맛도 대중화

▶ 채식주의 빵이 더 맛있어졌다, 두유-설탕 졸여 크림 만드는 식

크림이 듬뿍, 속살은 쫀득쫀득…

더브레드블루에서 선보인 초코 도지마롤. 가운데가 크림으로 꽉 차 있다. 최근 비건 빵은 일반 빵 못지 않은 맛과 식감을 자랑한다. 더브레드블루 제공

크림이 듬뿍, 속살은 쫀득쫀득…

더브레드블루가 최근에 개발한 비건 마카롱. 병아리콩과 아몬드 가루를 이용해 만들었다. 더브레드블루 제공


크림이 듬뿍, 속살은 쫀득쫀득…

빵 어니스타에서 만든 밀가루와 설탕이 없는 비건 초코타르트. 빵 어니스타 제공


크림이 듬뿍, 속살은 쫀득쫀득…

밀한줌의 비건 가토쇼콜라. 밀한줌 제공

크림이 듬뿍, 속살은 쫀득쫀득…

부산 밀한줌의 홍국쌀 깜파뉴. 캐슈넛으로 만든 치즈와 병아리콩이 듬뿍 들어 있다. 밀한줌 제공


크림이 듬뿍, 속살은 쫀득쫀득…

빵 어니스타의 비건 말차빙수. 유기농 말차, 잔다리 전두부, 귀리 우유를 이용해 만들었다. 빵 어니스타 제공


빵의 위 아래를 꾹 누르면 안에 가득 찬 크림이 주르륵 쏟아진다. 묵직한 빵을 천천히 가르면 보기만 해도 목이 메일 듯 쫀쫀한 속살이 드러난다.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비건 빵집의 후기들이다. 누가 더 무겁고 쫀득하고 꾸덕한지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 건강과 가벼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비건 빵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No 버터, No 계란, No 유제품’

비건은 채식주의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단계로 고기와 생선은 물론이고 유제품도 소비하지 않는다. 자연히 비건 베이커리도 ‘No 버터, No 계란, No 유제품’을 표방한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비건 빵들을 보면 ‘이게 정말 비건?’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서울 마포구 신촌로에 본점이 있는 비건 베이커리 ‘더브레드블루’는 올 들어 마카롱, 조각 케이크, 타르트를 차례로 출시했다. 모두 버터, 계란, 우유 없이 만들어졌다. “저희가 추구하는 비건 빵은 ‘어쨌든 맛있어야 한다’예요. 환경을 생각해 비거니즘을 택한 사람들뿐 아니라 육식을 하는 사람들도 건강을 생각해 비건 빵을 찾는 경우가 부쩍 늘었거든요.”

더브레드블루 문동진 대표의 말이다. 문 대표에 따르면 최근 1,2년 간 비건 베이커리계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은 대중화다. 과거 비건 빵 소비자들이 “비건이기 때문에” 달지 않은 맛이나 푸석한 질감을 어느 정도 감수했다면, 최근엔 맛과 건강 어느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사실 비건 중에는 맛이나 건강에는 큰 관심 없는 사람도 있어요. 빵에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고 그래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면 오케이죠. 반면 비건이 아닌데 비건 빵을 찾는 사람들은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비건 빵은 곧 건강 빵’이라는 기대감이 커요. 게다가 입맛도 일반 빵에 길들여져 있어 맛이나 식감에서 일반 빵 못지 않은 빵을 원합니다.”

‘비건 빵=건강 빵’이라는 공식은 맞기도 틀리기도 하다. 예를 들어 동물 보호를 위해 비건을 택한 이들은 꿀이 벌의 노동을 통해 나온 재료라는 이유로 빵에 넣어도 될지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한다. 반면 식물성 재료인 마가린이 빵에 들어가는 것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일반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마가린을 용납하지 않는 것과 다른 점이다.

최근 홍대, 신촌, 강남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비건 베이커리들은 대부분 일반 소비자들의 요구를 따라가는 추세다. 단순히 버터, 계란, 유제품만 빼는 게 아니라 질 좋은 밀가루를 쓰고 방부제, 색소 등 화학첨가물 일체를 빼 건강한 빵을 표방한다. 여기에 설탕, 심지어 밀가루까지 빼는 곳도 있다. 비건들 사이에서 유명한 연남동 ‘빵 어니스타’의 빵은 국내산 쌀가루로 만들어진다. 이아람 대표는 “비건들이 먹는 음식보다 오히려 더 빡빡하게 재료를 제안하고 있다”고 말한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 중엔 비건뿐 아니라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애초에 제가 동물성 재료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시작한 사업이기도 하고요. 여기에 다이어트에 관심 있거나 밀가루, 설탕을 피하는 손님들까지 합치면 과거에 비해 고객층이 훨씬 넓어진 셈이에요.”

이 대표에 따르면 “신기해서 오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버터 없는 빵, 설탕 없는 셰이크라는 메뉴들이 일반인의 호기심을 끄는 것. 빵 어니스타는 올 여름 설탕과 유제품을 뺀 비건용 말차 빙수도 선보였다.


비건보다 더 비건스러운 빵?

계란, 버터, 유제품 없이 맛있는 빵이 정말 가능할까. 생크림의 녹아 내리는 맛, 파운드 케이크의 빡빡한 식감, 마카롱의 폭신한 질감을 위 3가지 재료 없이 구현할 수 있을까. 더브레드블루에서 비건 마카롱을 개발한 추영민 셰프에 따르면 “맨 땅에 헤딩하듯이 일단 해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제과에서 계란은 필수예요. 우유나 버터는 풍미와 관련되지만 계란은 부풀어 오르게 하거나 굳히는 등의 기능과 연관되거든요. 계란을 대체할 재료를 찾기 위해 늘 고심합니다.”

비건 마카롱의 비밀은 이집트콩, 일명 병아리콩이다. 단백질 덩어리인 병아리콩을 갈아 휘핑해서 부풀어 오르게 한 뒤 아몬드 분말을 미세하게 조절해 넣어 계란의 굳히는 성질을 대체했다. 케이크에 쓰이는 카스텔라는 두유에 콩가루를 넣어 데워서 거품을 내 만든다. 젤라틴은 한천으로 대신한다.

“어렵죠. 너무 어려워요. 대체제를 찾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정확한 공정을 거쳐야 하거든요. 그래도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으니 재미있기도 해요. 계란·버터·유제품에 견줄 수 있는 맛을 계속 찾아가고 있습니다.”

부산의 비건 베이커리 ‘밀한줌’의 최태석 셰프는 “비건 빵은 일반 빵과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말한다. 올해로 채식 베이킹 경력 30년인 최 셰프는 지금은 비건 베이커리마다 있는 흑임자 크림빵을 처음 만든 장본인으로, 두유에 쌀가루와 설탕, 소금을 넣어 졸이는 방식으로 크림을 만들었다. 지금은 비건 슈를 개발 중이다. “비건 베이커리들이 더 건강한 빵을 추구하는 쪽으로 가다 보니 제빵 개량제나 이스트 등 일체의 첨가물을 뺐습니다. 이런 재료들은 소위 ‘빵이 빵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재료들인데 이게 빠지니 공정이 힘들어질 수 밖에 없죠. 하지만 비건이라 하면 맛없다는 편견이 아직도 있기 때문에 늘 맛에 대해 신경을 씁니다.”

비건 베이커리는 동네를 벗어나 나날이 저변을 확대하는 중이다. 스타벅스는 바나나 피칸 파운드 등 2종의 비건 빵을 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스무디킹은 지난해 일찌감치 비건 베이커리를 출시했다. 더브레드블루는 최근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 입점했다. 문동진 대표는 지금껏 동네 빵집 위주였던 비건 베이커리들이 “대로변에 진출할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중화의 기준은 파리 바게트와 겨룰 수 있느냐겠죠. 가능하다고 봐요. 요즘 손님 중엔 원재료 성분표를 요구할 정도로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여기에 일반 빵과 비교해 맛도 손색이 없으니 조금 더 비싸더라도 건강한 빵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겠죠.”

가볼 만한 비건 베이커리 4곳
크림이 듬뿍, 속살은 쫀득쫀득…

더브레드블루의 갈릭 바게트(왼쪽)와 맘모스


●신촌 더브레드블루

2009년 문을 연 ‘베지홀릭’이 전신으로, 국내 최초의 비건 베이커리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디저트류 개발에 박차를 가해 마카롱, 조각 케이크뿐 아니라 가운데가 크림으로 꽉 찬 도지마롤까지 판다. 이스트 대신 천연발효종을 사용하고 화학첨가물이나 제빵 개량제도 일체 넣지 않는다. 유기농 설탕, 국산 전통 앙금 등 보이지 않는 곳까지 건강으로 꽉 채운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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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한줌의 깜파뉴와 치아바타


●부산 밀한줌

동래구 온천천로에 위치한 부산 최초의 비건 베이커리. 셰프가 비건으로, 우리 토종밀인 앉은뱅이밀과 금강밀, 조경밀, 우리쌀을 사용해 속이 편안한 비건빵을 표방한다. 콩크림을 가득 넣은 쑥콩버무리, 캐슈넛으로 만든 치즈와 병아리콩을 넣은 홍국쌀 깜파뉴, 단호박 소보로 식빵 등이 인기. 부산 중앙역 앞에 2호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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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어니스타의 비건 말차타르트


●연남동 빵 어니스타

계란, 우유, 버터뿐 아니라 밀가루와 설탕도 쓰지 않는다. 밀가루 대신 국내산 쌀가루, 설탕 대신 코코넛 슈가와 천연감미료를 사용해 빵을 만든다. 초콜릿도 유제품과 설탕을 뺀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서 쓴다. 쌀가루로 만들다 보니 빵들이 되직하다. 대표 상품은 파운드 케이크와 두부 케이크. 크기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먹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여자 주먹만한 빵 하나로 아침을 때울 수 있을 만큼 든든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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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요밀의 로푸드 컵케이크


●합정역 야미요밀

‘8無’. 계란 우유, 버터, GMO, 백설탕, 방부제, 백밀가루, 화학첨가제를 쓰지 않는다. 버거, 샌드위치 등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빵부터 코코넛 크림빵, 채식카레고로케, 100% 현미브라우니 등을 판다. 콩 패티와 홈메이드 소스를 사용한 순식물성 버거를 맛볼 수 있다. 견과류로 만든 우유, 무설탕 스무디를 비롯해 채식 마요네즈, 유기농 비건 버터 등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비건 식재료도 판매한다.

<황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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