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국 동굴소년 구출기

2018-07-17 (화) 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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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부 치앙라이주 매사이 지역의 탐루엉 동굴에 2주 이상 갇혔던 13명이 무사히 구출된 기적에 전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폭염 속에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쏟아진 기분이다.

지난달 23일 무빠(야생 멧돼지라는 뜻의 태국어)라는 이름의 청소년 축구클럽에 소속된 소년 12명과 20대 코치 등 13명 전원은 훈련을 마치고 동굴에 갔다가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동굴 내 수로 수위가 높아지면서 고립되었다.

이들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달려왔다. 미국, 영국, 호주, 중국, 일본, 미얀마, 라오스 등에서 동굴탐사가와 구조대를 보냈고 덴마크, 독일, 벨기에, 캐나다, 우크라이나, 핀란드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왔다.


실종 열흘째인 지난 2일 영국 잠수부들이 동굴입구로부터 5Km 떨어진 곳에서 이들을 발견했고 즉시 비상식량과 구급약이 공급됐다. 4일부터 이들을 동굴에서 빼내기 위한 잠수 훈련이 개시됐다. 태국 해군 네이비실 요원 50여명, 동굴에 들어간 호주의사와 잠수부 등 많은 이들이 구조를 위해 고생을 했지만 몇 명의 숨은 영웅도 있었다.

20명의 이웃과 함께 12시간동안 차로 달려와 동굴에 파이프를 연결하고 동굴 안에 가득 찬 물을 퍼내 온 자원봉사자 타왓차이 추엉까촌(42), 12일간의 생업을 포기하고 18미터 길이의 육중한 배수 파이프를 실은 트럭 4개를 끌고 와 구조에 힘썼는데 그저 “마음이 끌려서 왔다”고 한다.

구조과정에서 사망한 사만 푸난(37), 그는 지난 6일 동굴 내에 산소탱크를 전달하고 돌아오던 중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이송 후 숨졌다. 해군에서 전역하여 태국 공항공사 보안요원으로 일하던 중 소년들의 소식을 듣고 구조대원으로 자원했다고 하니 마음이 안타깝다.

가장 화제의 인물은 동굴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엑까뽄 찬따윙(25) 코치다. 물이 차오르는 암흑 속 동굴에서 소년들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시시각각 조여 오는 불안과 공포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그런데 엑까뽄은 소년들에게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어주었다.

자신은 먹지 않고 약간 남은 음식을 12명의 소년들에게 똑같이 나눠주었고 힘을 아끼고자 돌아다니지 말라 했다. 또 진흙물은 오염되었을 수 있으니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맑은 물만 마시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명상(瞑想)으로 마음을 다스리게 한 것이다. 아마도 소년들은 코치의 지도에 따라 두려움과 초조불안, 긴장의 마음을 버리고 나는 곧 구조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의식적으로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얻었을 것이다. 만일 소년들끼리 남았는데 그 중 한명이라도 겁먹고 공황상태나 밀실 공포증을 보였으면 순간에 다른 소년들에게 전염되었을 것이고 그러면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

가정, 사회, 국가 어디서나 비상사태가 일어나면 리더의 역할은 이처럼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이번 태국의 동굴소년 구출기를 보고 들으면서 첫째는 참 리더에 대해서 돌아봤고 두 번째로 스마트폰은 무엇이나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이다. 1973년 4월3일 모토롤라가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를 개발한 이래 장족의 발전을 했다.


태국 소년들 실종 소식이 전 세계의 스마트폰 소지자들에게 날아들며 아프리카 들판, 몽골 오지에서도 실시간으로 구조 뉴스를 보았다. 소셜미디어에는 태국 소년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네티즌들의 글이 지구촌을 달구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마음’이다. 우선 달려가자, 내가 돕자, 이들을 구하자는 마음을 보았다. ‘세월호’의 비극처럼 ‘누군가 구하겠지’ 하는 그 마음은 이미 늦은 것이다.

이들 13명에게 영화제작 계획과 축구 경기 초청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날아들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진귀한 생환에 냉혹하고 이기적인 상혼(商魂)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란다.

<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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