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국민들 도와주세요”…美밀입국 부모의 절절한 편지

2018-07-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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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 전 아이와 격리 후 한번 밖에 만나지 못해”

▶ “애들이 우리 목소리도 분간 못해”
트럼프 무관용 정책 철회에도, 2500명 넘는 아동 아직 격리

“미 국민들 도와주세요”…美밀입국 부모의 절절한 편지

[서울=뉴시스]미국에 밀입국했다가 자녀와 격리된 부모들이 쓴 편지. (사진출처: CNN)

"미국 국민들께,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우리는 자포자기한 부모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으로 자녀들과 강제 격리된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국민 앞으로 이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 아이들과 재회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4월부터 불법으로 입국하는 모든 성인을 기소하고, 함께 온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해 수용하는 이른바 '무관용 정책'을 시행했다가 미국 내부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자, 지난 6월20일 이 정책을 철회했다.


그러나 미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5세 이상 격리 아동 2551명이 아직 부모와 만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부모와 격리 수용된 아동은 3000여명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캘리포니아 로스 프레스노에 위치한 구금센터에 격리된 불법 이민자 부모 54명은 공동으로 아이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편지를 썼다.

CNN이 공개한 편지 내용은 절절했다. 스페인으로 쓰인 이 편지에서 이들은 "우리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와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가 직면한 악몽(같은 현실에)에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미국 정부는 우리 아이들을 속여서 납치했다. 우리에게 인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들은 한달 전께 자녀들과 격리조치 됐는데, 헤어진 후 아이들 소식에 대해 거의 듣지 못하고 있다며 "몇몇 아이들은 앞으로 새로운 가족과 지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미 국민들 도와주세요”…美밀입국 부모의 절절한 편지

[AP/뉴시스] 온두라스에서 온 불법이민자 에버 레이에스 메지아가 이민국 앞에서 다시 만난 3살짜리 아들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가 제공한 것이다.

"하루하루가 더 고통스럽다"며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아이들과 단 한 번밖에 이야기하지 못했다", "(전화통화에서) 아이들은 울고, 우리 목소리도 알아듣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은 버려지고 사랑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격리 부모와 자녀를 오는 26일까지 모두 재회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격리에 앞서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무관용 정책 철회 이후 우선적으로 5세 이하 영유아를 우선으로 재회를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19일자로 부모와 재회한 5세 이하 어린이는 57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5세 이하 어린이 46명은 '법원 승인 기준'에 미흡해 아직 부모와 재회하지 못했다.

CNN은 부모와 재회가 거절된 5세 이하 어린이들은 전과 기록이 있는 부모 11명, 아동학대 경력이 있는 부모 1명 등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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