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확대회담 앞서 푸틴과 ‘긴 독대’ 원한 이유는

2018-07-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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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 제대로 평가·관계 발전 원해… “북미회담 때와 마찬가지”

▶ 강경노선 참모들의 대화 방해·대화 내용 유출 원치 않아

트럼프, 확대회담 앞서 푸틴과 ‘긴 독대’ 원한 이유는

(헬싱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그동안 다자 국제회의에서 만나 회담한 적은 있으나 별도의 공식 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러 정상회담은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으로 시작됐다.

통역만 대동한 일대일 단독정상회담에서 시작해 배석자들이 있는 확대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외국 정상들과 만났을 때 밟아온 관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번에는 평상시보다 '긴 단독회담'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도 일대일 대좌로 회담을 시작한 바 있다.

미국 CNN 방송은 한 당국자의 설명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번에 러시아 측에 '연장된 일대일 회담'을 요청했었다며 그 세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 당국자는 CNN에 "이러한 요청은 회담 준비를 위한 초기 실무대화 단계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더 잘 평가하고 '정상 대 정상'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확대회담에 앞서 먼저 김 위원장을 따로 만나는 형식을 요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CNN은 전했다.

두 번째 이유는 '보안 유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 내용이 새나가는 일이 생기면 화를 내곤 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참모들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민감한 정보들이 밖으로 유출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보다 러시아에 대해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하고 있는 참모들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 끼어들어 자신의 발언을 '약화'시키거나 방해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사이의 내통 의혹을 둘러싼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이 취임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교롭게 이번 회담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의 러시아군 정보요원 12명 기소 직후 이뤄지면서 공화당 일부 인사들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문제에 대해 세게 맞서라고 촉구한 상태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회담 모두 발언 직후 미국 기자들은 지난 대선 당시 러시아의 선거 개입 문제를 회담에서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을 큰소리로 외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애초 예정 시간보다 50분가량 늦어진 오후 2시 10분께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과 함께 시작된 이날 단독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1시간 30분도 훌쩍 넘기며 2시간 이상 진행돼 오후 4시 20분께 끝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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