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 라이프 스타일’

2018-07-12 (목) James 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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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라이프 스타일’

정동현,‘Companion’

우리 마을 사람들은 커피를 너무 마셔
그들은 언제나 불안하고 서둘러.
운전을 하면서도 커다란 플라스틱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지. 그들은 차를 추월하고
주차자리를 가로채지. 정원묘지에서
묘비들을 넘어뜨리는 틴에이저들은
카페올레를 들이키고, 재활용품 수거하는
남자는 큰 트럭에 매달려 에스프레소를 홀짝여.
그물을 들고 달려가는 개 포수는 모카 자바를 즐기고.
강도도 편의점으로 들어서면서 먼저 따스한 커피를
따르지. 장례식장 앞의 드라이브웨이
스케이트보드에서 소년은 커피를 흘리고.
모두 커피에 빠졌어. 이게 그들이 생각하는 전부야,
다른 건 문제가 아니지. 모두 활짝 깨어 있지만
믿을 수 없이 피곤해 보이거든

James Tate ‘뉴 라이프 스타일’
임혜신 옮김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커피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시다. 우리는 너 나 없이 할 일이 너무 많다. 커피는 바쁘고 불안하고 지친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와 편의점 강도까지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코믹하다. 그건 이 시인의 스타일이다. 나도 하루 두 잔의 커피를 마신다. 우리 일상에서 커피를 빼면 무슨 일이 생길까. 설탕과 소금과 향료와 와인을 빼면 또 뭐가 남을까? 금단의 강을 건너, 사슴이 뛰어 노는 느리고 건강한 잠과 휴식 시원이 돌아올까. 그럴 리 없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렇다 하여도 우리는 그것들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는 거다. 그것이 중독이고 그래서 문제라면 문제다. 임혜신<시인>

<James 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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