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구를 위한 정치력 신장이었나

2018-07-11 (수)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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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타운 버몬트와 7가의 시영주차장에 노숙자 임시 주거시설을 세우겠다는 시정부의 깜짝 발표가 나온 지도 3개월이 넘게 지났다. LA 시정부가 심각한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인 ‘브릿지 홈’의 일환으로 각 시의회 지역구에 한 곳씩 노숙자 임시 시설을 시범 설치하겠다는 계획 아래 시의장인 허브 웨슨 시의원의 지역구인 10지구에서 그 첫 발표를 한 것인데, 커뮤니티에는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느닷없이 한인타운 한복판 부지를 노숙자 시설로 발표하는 바람에 이후 3개월 동안 한인타운은 그야말로 벌집 쑤신 듯 했다.

시정부의 한인타운 노숙자 임시 시설 설치 계획 발표와 강행 움직임에 한인타운 커뮤니티는 커뮤니티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진행은 안 된다며 즉각 반발했고, 한인타운에서 계속되는 시위에 일부 시정부 인사들은 ‘님비’ 현상으로 치부하는 등 갈등은 커져만 갔다.

이처럼 한인타운 커뮤니티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날 줄 예상하지 못했던 시정부 정치인들은 결국 한인타운을 포함한 10지구 여러 곳의 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숙자 임시 시설 부지를 결정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놓아 이같은 방안이 결국 시의회를 통과한 상황까지 왔다.


이처럼 지난 3개월간 진행돼 온 한인타운 노숙자 임시 주거시설 설치 이슈는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인타운을 포함한 LA시의 노숙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하고 있는 상당수의 한인 비영리단체들이 공정한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된다는 조건 아래 시의회의 수정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시정부 정치인들은 물론 이들 단체들까지 비판하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한인타운 노숙자 시설 관련 이슈는 그 누구 하나만 책임이 아니다. 그저 경제적 성공에만 매달리며 그동안 정치 및 선거에 무관심했던 한인 이민 1세대와 1.5세 및 2세대들 모두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한인사회가 이번 노숙자 이슈를 통해 배운 한 가지는 분명할 것이다. 진정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한다면 한인사회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반대 입장에 서 있던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그에 맞는 댓가를 치르게 하면 되는 것이다.

한인들이 생각해온 한인사회의 정치력은 그동안 소리만 요란했을 뿐 속빈 강정이었다. 지난 몇 십년간 우리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주류사회와 정치 분야에서 많은 한인들을 배출시켰지만, 결국 한인 커뮤니티에 돌아온 것은 후원금 고지서와 배신감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인사회는 이제 과거의 모든 실수와 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바로 유권자 등록이며, 한인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를 모아 ‘표로 심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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