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기 좋은게 보기도 좋다, 맛있는 컬래버

2018-07-11 (수)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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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업계 친숙 이미지·색감 앞세워 협업, 가성비·희소성에 소확행까지 더해 인기

▶ 쉐이크쉑, 분더샵 케이스스터디와 협력, 티셔츠·모자 등 6종 출시… 3일 만에 완판

먹기 좋은게 보기도 좋다, 맛있는 컬래버

쉐이크쉑 로고와 디자인을 활용한 모자, 쉐이크쉑 로고와 디자인을 활용한 티셔츠 /사진제공=SPC

‘커다란 햄버거가 그려진 티셔츠, 케첩으로 그려넣은 것 같은 이미지로 장식된 야구 모자’

최근 햄버거 전문점 ‘쉐이크쉑’이 분더샵 브랜드 ‘케이스스터디(CASESTUDY)’와 협업해 내놓은 제품들이다. 익살스러운 디자인의 티셔츠와 모자, 가방 등 6종이 출시 단 3일 만에 완판됐다. 연초 배스킨라빈스가 인기 캐릭터 ‘오버액션토끼’와의 협업으로 내놓은 ‘오버액션 마이크’도 귀여운 디자인과 아이스크림 구매 시 3,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판매 기간이 끝난 후에도 오버액션 마이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는 기존 가격의 약 8배에 달하는 3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공동 작업을 뜻하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 유통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식품업계도 이종 업종 간에 활발한 협업을 펼치고 있다. 패션 브랜드와 캐릭터 상품, 생활용품까지 컬래버레이션의 영역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식품업계의 컬래버레이션은 친숙한 디자인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한정적으로 판매된다는 희소성까지 겹쳐 그 자체로 상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식품업계에 쏟아지는 ‘컬래버레이션 러브콜’ = 유통 업계에서도 최근 가장 많은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쏟아내는 곳이 바로 식품 업계다. 식품 업계의 컬래버레이션이 하나둘 유명세를 타면서 인기 패션 브랜드나 캐릭터도 협업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이는 더 큰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우선 SPC그룹이 운영하는 쉐이크쉑은 전에 없던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줄줄이 성사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편집숍 ‘분더샵’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여름철을 맞이해 워터스포츠 용품으로 알려진 ‘배럴’과 함께 비치 타월, 드라이백 등을 출시해 완판 시켰다. 더불어 ‘서프앤프라이’라는 이름의 한정 메뉴도 출시해 함께 선보였다. 이 외에 샴페인 ‘모엣샹동’,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밍글스’ 등과 협업해 한정 메뉴를 출시하기도 했다.

던킨도너츠 역시 다가오는 바캉스 시즌을 맞아 스포츠 브랜드 HEAD(헤드)와 손잡고 ‘HEAD 드라이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크림색 배경에 핑크, 오렌지, 라이트 그린으로 이뤄진 던킨도너츠 로고와 HEAD 고유의 브랜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며 1940~50년대 미국의 복고 감성을 고스란히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레트로풍의 디자인으로 드라이백 하나만으로도 특별한 패션 연출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서울우유와 의류 브랜드 스파오, 빙그레와 생활용품기업 애경, 동원참치와 캐릭터 미니언즈 등 식음료 업계의 협업은 하나하나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특히 식품업계 컬래버레이션 열풍의 시초이자 주역인 빙그레는 얼마 전 이랜드리테일의 슈즈 SPA브랜드 슈펜과 에코백, 볼캡, 양말 등 잡화 21종을 내놔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메로나와 쿠앤크, 캔디바 등 대표 아이스크림 제품의 디자인을 적용한 협업 제품은 지난 19일 소셜커머스 티몬의 실시간 쇼핑 방송인 ‘TVON LIVE(티비온 라이브)’를 통해 단독 선발매된 직후 하루 만에 1차 물량이 품절됐다.

그렇다면 유독 식품업계에서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한 이유가 있을까.

업계는 식품의 알록달록한 색감과 친숙한 이미지를 그 배경으로 꼽는다. 이랜드 측은 “메로나는 연두색, 캔디바는 하늘색처럼 식품은 자신을 대표하는 색깔을 가지고 있어 디자인에 활용하기가 좋다”며 “식품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이미지라는 점도 강점이다. 빙그레와 협업해 의류를 선보인 스파오의 경우 소비자들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이를 반영할 만큼 고객들 관심도도 높았다”고 전했다.

◇ 1년 전부터 기획, 수 십 차례 마라톤 회의= 전혀 다른 두 브랜드가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떤 프로모션보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기도 힘들다.


이에 따라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하는 두 브랜드는 제품 출시까지 마치 한 회사 직원처럼 수시로 만나 마라톤 회의를 벌인다. 하지만 고생을 한 만큼 소비자들의 호응이 워낙 높다 보니 요새 식품업계의 마케터들은 식품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의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언제든지 협업의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컬래버레이션으로 한번 화제를 끄는 데 성공하면, 다양한 업체에서 러브콜이 들어온다. 쉐이크쉑의 경우 분더샵 케이스스터디, 배럴 등과의 협업 이후 패션·스포츠 브랜드로부터 제안이 크게 늘었다. 체험형 프로모션에 참여했다가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협업을 제안하는 고객들도 종종 있다.

쉐이크쉑을 운영하는 SPC 측은 “당초 컬래버레이션을 1년에 두 번 꼴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제안이 쇄도해 두 달에 한 번 꼴로 진행하고 있다”고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전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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