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시아월드컵]잉글랜드 “보비 찰턴처럼” 크로아티아 “수케르 넘는다”

2018-07-09 (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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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잉글랜드-크로아티아 준결승…‘어게인 1966’ VS ‘1998 넘는다’

▶ 월드컵 MVP 발판삼아 발롱도르까지 내달린 찰턴처럼 케인도 메시-호날두 시대 끝낼까

12일 오전3시(한국시각)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맞붙는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는 각기 다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잉글랜드는 ‘1966년의 영광을 다시 한 번’, 크로아티아는 ‘1998년의 기적을 넘어’다.



잉글랜드 첫 우승 이끈 보비 찰턴


월드컵 MVP·발롱도르까지 꿰차

찰턴과 같은 9번 케인 득점왕 선두

우승땐 호날두와 발롱도르 경쟁



지난 1966년 자국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최초이자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면서 1990년 이후 최고 성적은 이미 확보했다. 당시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4위를 했다. 잉글랜드의 준결승 상대 크로아티아는 3위에 오른 1998프랑스월드컵이 황금기였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탈퇴한 뒤 참가한 첫 월드컵 본선이었다. 그래서 더 강렬했던 추억으로 남아 있다. 번번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암흑기를 건너 제2의 황금기를 맞은 크로아티아는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1966월드컵 최고 스타는 단연 보비 찰턴(81·잉글랜드)이었다. 골든부트(득점왕)는 9골을 폭발한 에우제비우(포르투갈)의 차지였지만 골든볼(MVP)은 3골의 찰턴에게 돌아갔다.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4강에서 보비 찰턴은 2골을, 에우제비우는 페널티킥으로 1골을 뽑았다. 2대1로 포르투갈을 잠재운 잉글랜드는 결승에서 프란츠 베켄바워가 버틴 서독(현 독일)을 4대2로 눌렀다. 찰턴은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활약을 더해 유럽선수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마저 품었다. 에우제비우를 단 1포인트 차로 제쳤다.

1966월드컵 당시 찰턴의 등번호는 9번이었다. 이번 월드컵 해리 케인(25·토트넘)의 등번호와 같다. 6골의 케인은 2골 차 선두로 골든부트에 바짝 다가서 있다. 이대로면 잉글랜드는 1986년 게리 리네커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득점왕을 배출한다. 월드컵 우승에 득점왕 타이틀이라면 케인은 발롱도르 판도도 뒤흔들 수 있다. 현재로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득점왕을 차지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수상에 무게가 실리지만 그는 이번 대회 16강에서 포르투갈 대표팀과 함께 짐을 쌌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다. 발롱도르는 전 세계 축구기자단 투표로 수상자가 선정되며 시상식은 12월이다. 케인은 월드컵 우승과 개인 타이틀을 가지고 발롱도르까지 내달렸던 찰턴의 길을 따르려 하고 있다. 케인은 “(1966년 우승 멤버들한테서) 정말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며 “직업인으로서의 의무를 넘어 그라운드 안팎에서 사람들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나도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의 활약을 전해 듣거나 직접 보면서 꿈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케인은 1966월드컵 결승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제프 허스트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1998년 월드컵서 4강 이끈 수케르

득점왕 거머쥐고 발롱도르선 2위

모드리치 전설 뛰어넘어 결승 노크

수케르 “잉글랜드 16강 통과 행운”



지금의 크로아티아 대표팀은 다보르 수케르(50·크로아티아)의 후예들이다. 수케르는 1998월드컵 당시 6골을 폭발했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5골·아르헨티나), 호나우두(4골·브라질), 티에리 앙리(3골·프랑스) 등을 모두 따돌리고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8강에서 독일에 쐐기골을 꽂았고 4강에서는 프랑스에 1대2로 지기는 했지만 또 1골을 보탰다. 데니스 베르캄프가 버틴 네덜란드와의 3·4위전에서 수케르는 2대1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골로 화려하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는 그해 발롱도르에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설’ 수케르는 2012년 7월부터 현재까지 크로아티아축구협회 회장으로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4강전을 앞두고 잉글랜드를 자극하는 발언으로 대표팀을 ‘지원사격’했다. 수케르는 “잉글랜드와 콜롬비아의 16강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는데 잉글랜드에 행운이 따랐다. 승부차기 때 콜롬비아가 앞서 갈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고 돌아봤다. 그는 “승부의 세계에 돈은 중요하지 않다. 페라리(비싼 차)나 비싼 시계도 아무 소용없다. 22명 전사끼리의 진검승부”라고 강조했다.

이번 크로아티아 대표팀은 4강에서 멈춰 섰던 수케르의 크로아티아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가 있다. 이번 대회 경기 MVP만 3차례 차지한 그는 대회 MVP(골든볼) 강력 후보다. 이번 대회 2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스트라이커 수케르와 포지션이 다른 플레이메이커지만 모드리치는 경기장 안팎의 에이스로서 1998년의 수케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역대 전적은 잉글랜드의 4승1무2패 우세다.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09년 9월 월드컵 유럽예선에서도 잉글랜드가 5대1로 크게 이겼다. 그러나 프랭크 램퍼드와 스티븐 제라드 등이 뛰던 거의 10년 전 일이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잉글랜드가 12위, 크로아티아는 20위다./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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