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직, 이 밤’

2018-07-05 (목) 12:00:00 Kenneth Rexr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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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이 밤’

한석란, ‘Inner Flares 8’

말리부 해안에 달빛이 내린다
겨울 밤, 수백 마일 떨어진
몇 개의 별들
지구를 감싸고 영원히
출렁이는 바다. 아주 멀고 먼,
당신의 입술이 가까워 질 때
바다는 당신 눈 속의 그 빛으로
가득 하여라
사랑이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미래는 지나갔고
과거는 다시 반복 되지 않을 것이다
영원한 것은 이 순간 뿐
아주 작고 끝없는
아주 짧고 드넓은
영생, 우리의 손이 만질 때
불멸, 우리가 불빛에 젖은 와인을 마실 때
전능, 이 한 번의 키스
시작도 없었으며,
결코
결코 끝나지도 않으리

Kenneth Rexroth ‘오직, 이 밤’
임혜신 옮김

샌프란시스코 르네상스의 중심인물인 렉스로스는 사회주의자이며 반전 노동운동가였다. 그는 자신이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를‘ 퓨리탄이 아니라 도박꾼과 창녀와 악당들과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들이 안주한 도시’인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은 물론 그가 그들을 숭앙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다양성과 자유에 대한 옹호일 것이다. 구원과 낭만의 사랑을 노래한 이 시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몰입된 사랑의 순간에 영원을 느끼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말리부, 그 해안의 불빛은 변하였어도 별빛과 파도, 사랑의 유혹과 매혹은 당시와 변함이 없으리. 임혜신<시인>

<Kenneth Rexr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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