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내식 대란’ 아시아나, 미주 노선도 지연 속출

2018-07-0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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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내식 공급 차질 3일째 계속… 회사 측 갑질 논란으로 번져

▶ 인천-LA 항공편 1~3시간씩 지연돼… 여행사에 불만전화 쇄도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문제로 사흘째 항공편 운항에 차질을 빚으며 항공사에 대한 비판과 승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해 출발이 늦어진 장거리 항공편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출발 시간을 맞추려 ‘노밀’(No Meal) 상태로 기내식 없이 이륙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기내식 공급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아시아나 ‘갑질’ 논란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출발 지연·‘노밀’ 운항 속출

한국시간 3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인천∼로마·프랑크푸르트 노선 등 국제선 2편이 기내식 문제로 1시간 이상 출발이 지연됐고, 21편은 기내식이 없는 상태로 출발했다.


프랑크푸르트행 여객기는 출발 예정 시간보다 약 1시간30분 뒤 이륙했고, 로마행 비행기는 예정보다 3시간 가깝게 지난 뒤에야 기내식을 싣고 인천을 떠날 수 있었다.

전날 아시아나가 “기내식 공급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사흘째 ‘기내식 대란’이 계속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주 노선도 영향

기내식 공급 문제로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및 국내선 운항이 지연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주 노선에도 차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기내식을 우선적으로 배당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미주 노선에도 기내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출발 시간이 지연되는 등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A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3일 “아시아나 항공 출발 지연으로 미주 여행을 하는 손님들의 불만 전화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8시40분 인천발 LA행 OZ 204편이 3시간 이상 늦게 출발했고 3일 항공편들도 모두 1시간에서 3시간 정도 출발이 지연됐다. 또 미주편 도착 시간이 늦어지면서 LA에서 재출발 시간도 영향을 받고 있다. 3일 LA발 인천행 OZ 201 편은 오후 12시40분 출발 예정이였지만 2시간 넘게 지연돼 오후 3시5분께 떠났다.

■승객들 불만 폭발


아시아나는 비난이 커지자 뒤늦게 대표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공항 출국장과 인터넷 상에서는 ‘기내식 대란’으로 불편을 겪은 아시아나 승객의 항의와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 승객 A씨는 “아시아나가 기내식 업체 관리를 잘못해 발생한 사태로 왜 승객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느냐”며 “집단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 승무원들도 식사를 거르고 비행하는데다 승객 불만과 항의를 받아내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예견된 참사” 지적

이번 ‘기내식 대란’은 아시아나가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면서 촉발됐는데, 업계에서는 “예견된 참사”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아시아나 기내식 공급은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가 맡아왔는데, 지난해 LSG가 아시아나의 투자 요구를 거절하자 5년 단위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아시아나는 중국 업체의 투자를 받아 새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자체 설립했다가 공장 화재가 발생하면서 샤프도앤코 코리아를 임시 업체로 계약했다.

그러나 하루 3,000식을 공급하던 샤프도앤코가 2만∼3만식이 필요한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아시아나가 기내식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서는 “금호그룹이 1,600억원 투자를 받으려 기내식 업체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날 샤프도앤코코리아의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서도 “불공정 계약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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