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뒷마당 별채의 따뜻한 경제학

2018-07-04 (수) 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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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별채에 대한 홈오너들의 관심이 뜨겁다. 집주인 입장에선 부수입을 올릴 수 있어 좋고, 세입자는 저렴한 렌트비에 끌린다. 로컬 정부는 주택 문제 해결책으로 보고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등 모두가 반기는 분위기다.

한인들도 마찬가지다. 별채 관련 기사를 신문에 실으면 기자에게 문의전화가 빗발친다. 관련 세미나를 하면 현장은 인산인해이고 질의응답이 봇물을 이룬다. LA시 공무원도 한인들의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부속 주거용 주택’(ADU; Accessory Dwelling Unit)이 정부가 사용하는 정식 명칭이고 미국인은 ‘granny flat’ ‘guest house’ ‘in-law unit’ ‘back house’ 등으로 부르는데 우선 주택 오너들은 적은 투자로 짭짤한 렌트 수입을 올릴 수 있어 관심이 높다. 남가주는 도시에 따라 600~1,200스퀘어피트를 지을 수 있는데 건축업계에 따르면 2층도 가능하고, 3베드룸으로 만들 수도 있다.


비용은 본채를 증축하는 식이면 4만달러부터 별채를 크게 지으면 20만달러 초반대까지 소요된다. 렌트비 시세는 천양지차지만 크레이그스 리스트 등을 통해 살펴보면 한인타운 인근에서 월 2,000달러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보다 저렴한 렌트비의 별채를 찾을 수 있고, 주택가가 주는 안정감과 뒷마당의 운치까지 누릴 수 있어 반긴다.

고질적인 주택난 해결의 실마리를 뒷마당에서 발견한 로컬 정부들도 고무됐다. 실제 LA 시정부는 과거 2년 가까이 걸렸던 각종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해 2016년 120건에 불과했던 퍼밋이 지난해 2,300건 이상으로 20배 가까이 증가하는데 일조했다.

단독주택 렌트는 남가주에서 증가세다. 센서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관련 매물은 29% 증가해 아파트의 13%를 앞질렀다. UC버클리는 높아진 집값 탓에 구입을 포기한 세입자들이 성장한 자녀들을 위해 더 넓은 공간과 학군을 따라 주택 렌트로 몰린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뒷마당 별채의 경제성은 앞으로 날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로컬 정부들이 세금까지 감면해 주려 하는 중이고, 건축업계는 비용과 시공 기간을 단축한 새로운 기법을 도입해 주택 오너의 편의를 돕고 있다.

그렇다고 그저 놀리는 뒷마당을 개발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자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고독한 노년의 오너라면 좋은 말벗을 들일 수 있고, 아직 젊은 세입자라면 좋은 어른과 지낼 수도 있다.

한 지인은 한동안 별채에서 살며 본채의 할머니가 챙겨주신 삶은 고구마며 계란을 아침으로 먹고 주변에 권하기도 했는데 이렇듯 자본주의도 따뜻할 수 있는 것이다.

<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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