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록 바람이’

2018-06-28 (목) Izumi Shiki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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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바람이’

윤태자,‘#82’

이곳엔
바람이 혹독하게도
불어대지만,
달빛도 새어 든다네
폐허가 된 집의 지붕
기와 사이로

Izumi Shikibu ‘비록 바람이’
임혜신 옮김

이즈미 시키부는 11세기 일본의 가인으로 연애 편력이 참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7세에 세상을 떠난 아쓰미치 황태자의 애인이기도 했는데, 그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쓴 그녀의 일기는 우리말로도 번역되어 있다. 삶의 양면성을 끌어안는 시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이 시는 그런 시다. 풍파 속에서도 낡은 지붕 위에 내리쬐는 달빛의 신비를 볼 수 있는 이의 가슴 속은 깊고 또 풍요롭다. 폐허에 스며있는 아름다움, 그것이 시이며 예술이며 인생인 거 아닐까. 대조되는 생의 고통과 환희. 그 동시적 카르마가 짧은 시 속에서 빛나고 있다. 임혜신<시인>

<Izumi Shiki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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