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뜻을 하나로 모아야

2018-06-27 (수) 박주연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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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달여 간 향후 LA 한인타운과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두 가지 중대한 이슈가 한인사회를 뒤흔들었다.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LBNC) 신설 여부를 묻는 한인타운 주민의회 분리안과, 지난달 2일 에릭 가세티 LA 시장과 한인타운을 포함하는 시의회 10지구 관할 허브 웨슨 LA 시의장이 발표한 한인타운 버몬트-7가 시영주차장 부지 노숙자 임시 주거시설 설치안이 한인타운 커뮤니티의 큰 반발을 불러오면서 폭발적 이슈로 떠올랐다.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신설안은 지난 19일 실시된 주민 찬반투표에서 반대 98.5%, 찬성 1.5%의 결과가 도출되면서 부결돼 일단락 된 상태다. 이번에 주민의회 투표에서 한인들이 보여준 결집력과 한인타운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주류사회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한인타운 주민의회 분리를 막는 성과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했다.

노숙자 임시 주거시설 이슈에 대해서도 한인들은 시정부가 한인타운 부지에 이를 건립하는 방안을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밀어부치는 데 대해 큰 반발을 보이면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주민 공청회 실시 등을 요구하며 6차에 거친 시위·집회를 통해 시정부와 맞서왔다.


한인타운 커뮤니티의 반발이 거세자 당초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던 시정부는 한인타운 커뮤니티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고, 웨슨 시의장 측도 10지구 내에서 한인타운과 이외의 지역까지 포함해 총 3곳의 부지에 노숙자 임시 거주시설을 세우는 방안을 새롭게 제시하고 자문위원회도 설치해 오는 8월까지 10지구 주민들의 전반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근본적으로 노숙자 문제 해결 노력은 찬성하지만 주민공청회 없는 한인타운 한복판 노숙자 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한인들, 노숙자들을 하루 빨리 길거리에서 안전한 거주지로 옮겨야 한다는 일부 한인들, 그리고 한인타운 노숙자 시설 건립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강행하려 했던 가세티 시장과 웨슨 시의장 등 시정부 측까지 모든 당사자들이 노숙자 이슈가 LA시가 직면해 있는 문제 중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입장이 동일하다. 다만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 및 방식에 있어서 이견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주민의회 분리 이슈가 한인사회의 투표력 결집으로 해결된 지금, 이제는 2달 여를 끌어온 한인타운 노숙자 시설 갈등 문제를 역시 힘을 하나로 모아 집중할 차례다. 한인타운 주민의회 분리안 저지에서 보여줬듯이 한인사회가 의견과 뜻을 하나로 모아 단합을 통해 현재 직면해 있는 노숙자 시설 현안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또 한 번의 저력을 보여줄 때다. 의견 분열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정부와의 협상 창구를 단일화하고 여론을 하나로 모아 대처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박주연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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