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놀라운 응집력… 이젠 주민의회 참여가 관건

2018-06-21 (목)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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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시간씩 기다려 자정까지 투표 열기, 그간의 무관심이 이번사태 원인 직시

▶ 타 커뮤니티와 교류·협력도 강화해야

놀라운 응집력… 이젠 주민의회 참여가 관건

LA 한인타운 주민의회 분리안과 관련해 표출된 한인들의 투표 참여 열기는 한인사회의 결집력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다. 지난 19일 실시된 투표에서 많은 한인 유권자들이 현장에 나와 참여를 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인들의 결집력은 보여줬다. 이제는 주민의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관건이다” LA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에서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를 분리 독립시키기 위해 방글라데시 커뮤니티가 추진한 방안이 한인 단체들의 적극적인 투표 캠페인과 한인 유권자들의 실제 투표 참여에 힘입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된 것은 한인사회의 응집력과 파워를 제대로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LA 시정부가 한인타운 노숙자 임시 거주시설 설치 방안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서 한인사회의 의결을 무시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주민의회 분리안 부결 성과는 한인들도 표로 뭉쳐 정치적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주류사회와 정치인들에게 확실히 인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는 한인들의 놀라운 참여 속에 LA시 주민의회 선거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주민의회 역사를 다시 썼으며, 투표 마감시간 4시간을 초과한 자정까지 투표 행렬이 이어지는 등 한인 커뮤니티를 지키기 위한 한인들의 참여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한인타운 주민의회 분리 반대 운동을 주도한 LA 한인회와 한미연합회, 한인 교계 등 단체들의 노력도 대단했지만, 한인타운 분할을 막기 위해 2세들로 구성된 ‘한인타운 지키기’, 자발적로 유권자 등록 사무실을 개소한 구역축소 반대운동 관계자들, 마켓 등지에서 투표독려 캠페인을 펼친 자원봉사자들, 선거 당일 차량 지원에 나선 한인들,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기금을 지원한 카후나 마사지 체어와 LA 평통 등 한인사회 각계의 노력이 이번 압도적인 투표 결과에 힘을 보탰다.

이번 주민의회 분리 이슈는 그동안 주민의회에 거의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참여도 없다가, 방글라데시 커뮤니티의 분리 움직임에 놀라 뒤늦게 대처에 나선 한인사회에 중요한 교훈과 과제를 부여했다.

부결 결과에 만족하는데 그칠 게 아니라 주민의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하면서 이번 결과를 그동안 방치하다시피 했던 주민의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승화시키고, 또 방글라데시 주민 등 인접 커뮤니티와의 교류와 협력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총 24명으로 구성된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 위원 가운데 한인 위원은 9명으로 전체의 3분의 1 정도 수준인데, 한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를 늘리는 것도 필수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매월 두 번째 월요일 오후 6시30분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주민의회 정기미팅에 한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석해 목소리를 높여야 하며, 정치인을 꿈꾸는 차세대 한인 2세들이 의장 및 의원직을 수행하며 정치적 감각을 길러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피코 유니온 주민의회 박상준 의장은 “WCKNC 지역에는 한인 건물주, 비즈니스 오너, 거주자, 세입자 등 한인타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한인들이 대다수지만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며 “이번 선거를 방글라데시 커뮤니티가 한인타운 구역을 빼앗아간다는 대결 구도로 보기 보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주민의회의 역할과 중요성 등에 대해 고민하고 보다 많은 한인들이 주민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의회는


주민의회는 지역주민들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시키기 위해 LA시 헌장 개정을 통해 창설된 시스템으로 시장과 시의회에 이어 LA시 행정을 책임지는 3대 정부 축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구다.

주민의회는 시정부의 모든 정책 결정을 사전 통보받고 시예산 편성시 선취권을 요구하는 권한을 가지며 자체 운영 예산권을 행사하는 등 커뮤니티 현안과 시정책과 관련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다.

현재 LA시 전역에는 윌셔-센터 코리아타운 주민의회를 포함해 96개의 주민의회가 있으며,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개발 계획이나 부지사용, 용도 승인에서부터 관할 구역 내 비즈니스 업소의 영업시간 연장 등에 이르기까지 거주민들과 업주들에게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의 승인 여부를 1차적으로 결정해 시의회에 전달할 만큼 큰 권한을 갖고 있다.

주민의회는 인구수에 비례해 의원수가 결정되며 선거는 2년에 한 번씩 실시된다. 의장의 임기는 1년이며, 주민의회 의원 임기는 4년이다. 각 주민의회 산하에는 5개의 소위원회가 있으며, 월 1회 정기모임을 갖는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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