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시간 기다려 소중한 한표… 하나된 한인사회

2018-06-20 (수) 심우성·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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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시간 길어져, 직장인들 발길 돌려

▶ 투표관리 소홀, 시정부에 원성도

4시간 기다려 소중한 한표… 하나된 한인사회

19일 투표소 중 하나인 6가와 베렌도의 파운더스 교회를 찾은 유권자들의 대기줄이 베렌도 길을 따라 수백피트 정도 길게 늘어서 있다. <박상혁 기자>

4시간 기다려 소중한 한표… 하나된 한인사회

19일 LA 한인회관에서 뉴스타 부동산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들에게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19일 한인타운 주민의회 분리안 찬반투표가 실시된 투표소 현장에서는 한인 유권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지팡이를 짚고, 최고 4시간을 기다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등 한인타운을 지키기 위한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 행렬은 하루 종일 계속됐다.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시작된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분리 신설안 찬반투표는 투표 개시 전부터 두 곳의 투표소에 수백여 명의 한인 유권자들이 미리 나와 줄을 길게 늘어서는 등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이날 투표는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6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단 2곳의 투표소에서만 진행된데다 유권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대부분이 2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투표를 할 수 있었고, 이같은 상황에 따라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등 투표소 상황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표출되는 등 LA시 선거관리국의 미흡한 행정에 대한 원성도 쏟아졌다.


이날 투표소들에는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신설로 한인타운 주민의회가 두동강 나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한인 1세 유권자들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불편한 몸을 보조장치에 의존한 채 파운더스 교회에서 가장 먼저 투표를 마친 한천석(93)씨는 “몸이 불편하지만 한인타운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투표장을 찾았다”며 “투표를 위해 기다리는 한인들의 행렬이 끝이 안보이는 것을 보니 일단 마음은 놓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휠체어를 타고 하버드 초등학교를 찾은 조나단 김(49)씨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 온 가족이 함께 한인타운을 지키기 위해 투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버드 초등학교와 파운더스 교회내 주차 공간 부족으로 투표소를 찾은 한인들이 불편할 것을 고려해 이날 투표 시작 전부터 뉴스타 부동산, 한인교계, 한인회 자원봉사들의 차량편의 제공도 한인사회 투표력 결집에 힘을 보탰다.

차량제공 자원봉사에 참여한 대니 임씨는 “투표소에 한인들을 내려줄 때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것을 보고 다들 너무 좋아하신다”라며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보탤 수 있어 보람차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투표소 수와 투표시간이 제한돼 수백명의 유권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투표 대기줄이 2시간이 넘자 한인 직장인 등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고, 투표장을 찾은 일부 방글라데시 커뮤니티 유권자들도 투표를 하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 나온 램파트 빌리지 주민의회 데이빗 록켈로 의장은 “LA시 역대 주민의회 선거 중 가장 많은 선거인이 몰린 것 같다”며 “현 상황에 대해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분리 문제는 양쪽 커뮤니티에 모두 중요한 사안인데 시정부가 좀더 조심스럽게 이 사안을 다뤘어야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심우성·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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