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눈의 불청객 ‘오존’ 피하려면

2018-06-12 (화)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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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난화로 5년새 4.3배 급증, 여름철 집중서 봄·가을까지 확대

▶ 주의경보때 1시간 이상 노출되면, 시력 손상시키고 황반변성 유발도

내 눈의 불청객 ‘오존’ 피하려면
지구온난화 등의 여파로 오존주의보 발령이 빨라지고 횟수도 늘고 있다. 수도권의 첫 오존주의보는 2012년 6월 3일에서 계속 앞당겨져 올해에는 4월 19일에 발령됐다. 전국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2012년 64건에서 지난해 276건으로 4.3배나 늘었다. 기온이 높고 일사량이 많은 여름에 주로 나타나던 고농도 오존이 최근 들어서는 봄부터 가을인 9월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대기 중 오존 농도가 1시간 평균 0.12ppm 이상이면 주의보, 0.3ppm 이상이면 경보를 발령한다.

지상 20~30㎞ 높이의 성층권 오존층은 자외선으로부터 인류·생물 등 지구를 지켜주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반면 우리가 숨 쉬며 생활하는 지표면 근처의 오존은 강한 산화력으로 가슴 통증·메스꺼움·소화불량·두통을 유발하고 폐활량을 감소시키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오존은 자동차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NOx),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용매로 쓰는 톨루엔·자일렌과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쓰는 에틸렌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이 햇빛이 강한 낮에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통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다. 오존주의보의 76%가 주로 오후 2~6시 사이에 집중되는 이유다. 오존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해 지표에 더 많은 오존과 초미세먼지(PM2.5)를 만든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도 이 시간에 과격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주의보 단계의 오존에 1시간 이상 노출되면 눈·코에 자극을 느끼고 두통·불안감과 함께 호흡·기침이 잦아진다. 경보 단계의 오존은 호흡기를 심하게 자극해 가슴 압박과 시력 감소를 초래한다.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외출을 삼가고 유치원·학교는 실외학습을 중단해야 한다.

고농도의 오존이 반복적으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기관지염·천식·폐기종 등을 앓는 호흡기질환자와 어린이·노약자 등에게 호흡기·폐·심장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할 수 있다. 미세먼지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고 산소와 같은 기체여서 ‘황사 마스크’로도 막지 못한다.

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오존주의보·경보가 발령되면 그만큼 실내생활 시간이 늘어난다. 가뜩이나 햇빛을 쐬며 야외활동을 하는 시간이 부족한데 실내생활 시간이 더 늘어나면 비타민D 부족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어린이는 안구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져 근시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노인을 포함한 성인은 면역력·뼈 건강이 나빠지고 우울감이 커질 수 있다. 오존 농도가 0.003ppm 높아지면 안구건조증 위험이 1.16배 증가하며 눈의 각막을 손상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오존 농도가 높은 날은 대체로 자외선이 강한 날이다. 정태영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라섹·라식 등 각막굴절교정 수술을 받은 뒤라면 각막혼탁, 근시 재발을 막기 위해 수개월 간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등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날 과다한 자외선에 노출되면 각막상피가 손상되고 염증이 수반되는 광각막염으로 눈부심, 눈물 흘림,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은 결막주름이나 섬유혈관성 조직이 날개 모양으로 각막을 덮으며 자라나는 익상편(군날개)을 유발한다. 보기에도 안 좋고 심할 경우 난시·시력저하를 일으킨다.

햇빛이 강한 날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면 눈 속 수정체와 시각세포가 밀집해 있는 황반도 자외선에 노출되기 쉽다. 자외선 노출이 장기간 이어지고 컴퓨터·스마트폰 화면 등의 청색광 노출시간이 많을수록 우리 눈의 수정체와 황반도 변성·노화가 빨라진다.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안개가 낀 것처럼 혼탁해지는 백내장, 중심 시야가 흐려지고 바둑판 같은 격자무늬 가운데 부분이 휘어져 보이는 황반변성이 그 결과물이다. 많이 진행된 백내장은 인공수정체로 교체해야 한다. 황반변성은 황반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터지기 쉬운 신생혈관이 마구 생겨 부종·출혈로 시력이 손상된다. 항체치료제 등으로 진행을 늦춰야 하며 방치하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최철명 누네안과병원 전문의는 “노란 황반 색소의 핵심 성분인 루테인이 인체내에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 등 형태로 섭취하는 게 눈부심, 물체가 흩어지는 것 같은 시각적 장애를 늦추거나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반면 야외활동 때 콘택트렌즈, 짙은 눈화장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반 색소는 활성산소를 흡수하고 청색광이 망막에 과도하게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변성·노화가 진행될수록 색소의 밀도가 떨어지고 망막·시력손상 위험이 높아진다. 외출할 때 노란색 렌즈의 선글라스를 쓰는 것도 청색광을 포함한 자외선 노출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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